빛바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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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검찰개혁
21일(현지시간)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종료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5년간 임기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반부에는 적폐청산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후반부에는 전에 없던 코로나19 위기 속에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바라기'에도 악화된 남북관계=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9일로 임기 100일을 남겨두게 된다. 문 대통령은 외교 면에서는 지난 2017년 임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사실상 '올인'했다. 박근혜 정부와 강 대 강으로 대치했던 구도를 풀고, 경제 협력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임기 말에야 성사돼 후속 대책에서 성과를 거의 낼 수 없었다는 점을 교훈 삼아 초반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명운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거듭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속에서도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실제 남북이 만나게 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급물살을 탔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9·19 남북평양정상회담을 차례로 거치면서 남북관계에도 순풍이 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핵심 내용인 영변을 비롯한 전체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철저히 검증하기보다 종전선언 등 선언적인 북한의 체제보장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대북제재 완화나 철도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 쪽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디테일'에서 어긋나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먼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할 것을 주장하는 미국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고,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대화 분위기도 끝이 났다. 이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주로 양자 간에 이뤄졌고, '한반도 운전자론'도 무색해졌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되면서 미북 관계는 더욱 차갑게 냉각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내걸고 북한을 향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압박하자,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남한을 지렛대 삼아 '남북정상 간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100억 원 가량을 들여 다시 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도 이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 남·북·미·중 4개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북 양측 모두 호응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중단했던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할 방침을 시사하면서 5년간 공들인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체가 사실상 실패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문재인 정부는 내심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틔우길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5년 전체를 되돌아봤을 때 북한의 핵 능력뿐 아니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되면서 사실상 한반도의 위협은 5년 전보다 증대됐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빛좋은 개살구된 검찰개혁=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적폐청산'을 내걸고 여러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개혁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개혁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추진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부가 사법부를 강하게 견제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삼권분립의 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당초 권력형 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설계됐으나, 권력통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내용이 아닌 제도에 집중한 해법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맡아 권력기관 개혁을 설계했지만 정작 자신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는 가족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를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런 윤 총장의 행보는 당초 '수사 대상인 법무부 장관 임명은 정권의 부담감이 크기에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하라'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여권은 그를 감싸고 돌았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임명 당시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했던 말도 무색해졌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경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후임 장관으로 들어오면서 문재인 정부와 갈등이 커졌고, 여기에 윤 총장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정치적인 상징성이 부여됐다. 검찰개혁의 결과로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공수처가 수사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한계점만 노출하면서, 정치논리에 매몰 돼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무분별한 통신조회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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