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초라한 취임 1년, `기폭제` 필요한 바이든](http://contents.dt.co.kr/images/202201/20220126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초라한 취임 1년, `기폭제` 필요한 바이든")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 출범 직후 바이든의 지지율은 나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던 2021년 1월 지지율은 55%로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지지율은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탈레반 재집권과 맞물려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33%까지 떨어졌다.
이전에도 지지율이 33%를 밑돈 대통령은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24%까지 떨어졌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이와 다르다. 바이든은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짓을 저지른 적도 없고, 전쟁에 패배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바이든의 인기는 급락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 악화의 원인으론 오미크론 변이와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한때 수그러드는듯 싶었던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루 신규 감염자는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때 100만명도 넘었다. 누적확진자는 어느새 7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세계 최다다.
물론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책임이 있지만 바이든은 반드시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공언해 왔던 터라 국민들은 배신당한 느낌이다. 바이든은 "Beat Covid 19(코로나를 때린다)"라고 강력한 발언을 해왔지만 오히려 코로나에게 반격을 당하는 꼴이 됐다.
여기에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해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식품, 자동차,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당연히 바이든은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발 벗고 나섰다. 미국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연방정부 비축분 50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발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물가 상승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를 잘 하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가 안 좋으니 실망감이 크다. 이것이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은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게 된다. 민주당 패배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면 거의 틀림없이 현직 대통령과 그 정당은 불리하다. 과거 40여년 미국 선거를 보면 그렇다.
공화당은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원은 222대 221로 민주당이 1석 많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선 다수당이 바뀔 것이다.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 친(親)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주지사로 당선됐다. 이제 민주당은 의회 권력을 공화당에 내줄 것 같다.
대외적으로도 성적이 시원치 않다. 대중(對中) 압박은 별 성과가 없고, 우크라이나 사태에선 러시아에 밀리는 모양새다. 이란 핵합의 복귀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는 시작도 못했다. 인프라 건설에선 실적을 냈지만 미국 국민 눈에는 '무능하고 약한 대통령'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은 어렵다. 실제로 폭스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대선에서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재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반(反) 바이든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화산 폭발과 같은 기폭제가 필요하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비상동력' 을 찾아야 한다. 그게 우크라이나 사태일지, 중국일지는 미지수지만 상황을 호전시킬 '큰 흔들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의 성공 여부에 바이든의 미래가 달려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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