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DT현장] 권광석號 우리은행의 변신](http://contents.dt.co.kr/images/202201/2022012502102269065001[1].jpg "[DT현장] 권광석號 우리은행의 변신")
여기에 2019년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우리은행의 영업력 훼손은 치명적인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2020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끈 권광석 행장의 성과는 깜짝 놀랄 정도다.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2020년 374조원으로 하나은행에 비해 20조원이나 뒤졌다. 순이익 규모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밑돌았다.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총영업이익경비율(C/I ratio)은 2020년까지 55.7%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성장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뒤쳐진 것만이 아니라 무수익여신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양이나 질 모두에서 낙제생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보여준 우리은행의 변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극적이다. 총자산은 400조원을 넘어서 하나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총자산수익률(ROA)은 꼴찌에서 1등으로 극적인 도약을 이뤘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ROE)은 11%를 뛰어넘어 만년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과거 우리은행의 고질적인 특징으로 평가됐던 무분별한 자산 늘리기와 달리 자산 증가 과정에서 무수익여신(NPL) 비율은 0.21%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아졌다. 수익성과 자산의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경영지표 개선에는 권광석 행장이 도입한 영업점 간 공동영업 제도 VG(Value Group)와 DT추진단, 증권운용부 등의 역할이 컸다. 영업점 공동영업 체계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먼저 선보였던 제도지만, 비대면 거래 확대라는 환경 변화에 맞춰 대면 채널 혁신을 위한 권광석 행장의 승부수였다. 이를 통해 저수익 점포를 감축하고 저효율 인력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총영업이익경비율 개선을 이뤄냈다.
디지털 혁신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우리은행은 작년 KT와 인공지능(AI)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말에는 LG와 초거대 AI 도입 협약을 체결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원뱅킹 앱을 전면 재구축해 그룹을 대표하는 유니버셜 뱅킹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운용부 부활과 투자은행(IB) 그룹 내 부동산금융 조직 확대는 우리은행의 수수료 비즈니스를 대폭 키운 혜안이었다.
단순히 경영지표만 개선된 것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에 대한 선지급을 통해 실추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섰다. 금융당국의 '피해자 원금 100% 배상안'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외부청탁과 출신은행 고려라는 기존 인사관행을 혁파한 점에서도 권광석 행장의 성과는 남달랐다. 고위 금융관료의 인척이라는 점에 기대어 안하무인격으로 행세하던 지역본부장을 물러나게 한 인사 조치는 우리은행 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또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고객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다른 시중은행이 고객의 수익률보다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와 수수료 경쟁에 매물돼 있을 때 고객을 위한 수익률 제고를 선택한 것이다.
퇴직연금 수수료 수입을 포기한다는 건 은행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그런 면에서 당장의 수수료 수입보다 고객의 수익률을 선택한 은행장의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권광석 행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할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다. 통상 시중은행장은 2년 내지 3년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하지만 권광석 행장은 지난 2020년 취임 당시 임기를 1년만 보장받았었다. 작년 연임 당시에도 1년의 임기만 보장받았다. 그럼에도 1년 짜리 은행장으로 불과 2년만에 1등 은행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셈이다. 민영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권광석 행장의 행보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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