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만 이행하겠다는 文정부, `불통` 비판했던 朴정부 닮아가나

일관성 '임기말 40% 지지율' 지키는 콘크리트 됐지만…대선엔 되려 '독'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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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미국에 대한)신뢰구축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의 재가동을 검토하겠다"는 말로 핵 활동·ICBM 발사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만 4차례, 지난해 9월부터는 6차례 실시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여기에 북한이 다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9월엔 '유감', 10월엔 '깊은 유감', 지난 5일엔 '우려', 11일엔 '강한 유감', 14일엔 '재차 강한 유감', 17일엔 '매우 유감'을 언급했을 뿐 사실상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북한이 문 대통령이 정한 '레드라인'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공약으로만 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고, 당선된 뒤 꾸준히 노력해 한때 그런 분위기도 만들었다. 국제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상 분위기가 좋아지는 방향으로만 흐를 수도 없기에 때로는 인내도 필요할 수 있다. 실제 그런 문 대통령의 '일관성'이 임기 막판까지 콘크리트 지지율 40%를 유지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다.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은 자신들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이 남한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미 지난해 초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제목의 담화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를 비난하는 동시에 "명백한 것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는 철도사업부터 종전선언까지, 산더미 같은 선물을 준비했음에도 그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공약만 이행하겠다는 文정부, `불통` 비판했던 朴정부 닮아가나
18일 조선중앙TV는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7일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남한을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개발 성과를 과시한 것이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심지어 '대가'를 치르면서도 자신의 정책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다 못 가졌을 때 9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햇볕정책'의 틀에 여전히 묶여있다. 이런 여권의 기조를 반영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지난 12일 거듭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과거 총풍 사건, 북풍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 국면에서 북측의 행위가 과연 어느 진영에게 유리할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이 핵 활동·ICBM 재개를 시사하고 나서야 이날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정치권도 정략적 접근을 배제하고,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다시 중용했고, 다주택자 규제 등 노무현 정부가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며 집값 폭등을 '재현'했다. 결국 보수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마저도 지난해 12월 3일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8년간 서울 아파트 땅값의 1평당 상승액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과 비교해 7.5배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탈원전 정책의 경우에도 임기 초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으나 공사 재개가 결정됐고, 그럼에도 강행했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은 경제성 평가 보고서 조작 혐의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이 행보는 과거 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통' 프레임으로 강력하게 비판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매우 닮았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최순실 사태로 지지층에 실망감을 안겨주기 전에는 '40% 콘크리트 지지율'을 견고히 유지했다. 좀처럼 깨지지 않는 지지율에 한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 측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층을 깎아내리는 목소리까지 나와 논란이 될 지경이었다.

비슷한 행보를 보인 두 정권의 임기 말은 '탄핵'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점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지층에 기대 '일방통행'을 이어가자,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 사이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아지면서 민주당 당원들이 뽑은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마저 박스권에 갇히는 결과를 낳았다. 유연하지 못한 정부였지만 지지층은 끝없이 감싸기만 했고, 그러면서 현재와 다른 미래 담론을 꺼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에 반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지예 영입 등으로 '이대남'이 실망해 떠났다가도, '여가부 폐지' 등 정 반대의 주장으로 돌아왔고, 그들에게 다시 마음을 얻었다. 기로에 선 순간에 "내가 틀렸다"고 말할 용기를 내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일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공약만 이행하겠다는 文정부, `불통` 비판했던 朴정부 닮아가나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을 방문,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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