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공공IT, 둑이 무너지고 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안경애 칼럼] 공공IT, 둑이 무너지고 있다
"2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상황입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서 두려울 지경입니다."

공공IT 시장이 심상치 않다. 어렵게 시장을 지탱해 온 둑이 무너지고 있다. 왜곡된 시장에서도 '뼈를 갈아 넣으며' 생태계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고질적인 시장 병폐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데다 작년 초부터 몰아닥친 개발자 부족과 인건비 상승 현상이 결정타를 날렸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비롯한 기업들에 인력이 몰리고, 게임, 인터넷, 스타트업, 대기업 등이 나머지 개발자들을 흡수하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여기에다 시장에 일거리가 넘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고 책임이 덜한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이들도 늘었다.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가장 약한 부위부터 탈이 나기 마련이다. 국내 IT산업에서는 공공 시장이 그렇다. 자유도와 유연성, 일의 보람, 임금에서 최하 수준이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과 IT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막상 공공사업의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한 게 원인이다.

공공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적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 게 핵심 문제다. 최근 한국SW(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발표한 '2022년 적용 SW기술자 평균임금'에서 응용SW·시스템SW 개발자 등 주요 기술자의 올해 공공사업 적용 임금이 낮아진다는 소식에 업계가 문제제기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SW산업협회는 통계청의 요구로 국가 산업통계 기준에 맞추느라 통계방식이 달라진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쁜 숨을 쉬고 있는 기업들에는 드러난 수치보다 충격의 강도가 훨씬 크다. 네카라쿠배를 비롯한 고임금 기업들의 임금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다 보니 통계수치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물가와 각종 비용은 고공행진하는데 2021년 평균 임금수준 조사 결과가 그대로 다음 해인 2022년 적용 임금기준이 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여기에다 정부·공공기관들은 인건비를 줘야 하는 일에서도 제대로 관련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2~3년 장기사업의 경우 첫해 연도 인건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각종 독소조항을 두고 있다. 처음 기획한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어도 프로젝트 범위 조정 없이 그대로 발주하다 보니 관련 비용이 그대로 기업에 전가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화된 정부 주요 IT시스템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최근 1~2년간 한꺼번에 발주되다 보니 소화불량이 일어났다. SI·SW업계 내에서도 개발자와 프리랜서 인력을 두고 뺏고 빼앗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여유 있는 기업은 '더블'을 외치며 정규직이고 프리랜서고 닥치는 대로 뽑아가려 하고, 시장의 분위기를 이용해 프리랜서들은 쉬운 일만 하고 어려운 작업단계에선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일쑤"라면서 "사람이 없다 보니 개발자를 채워넣지 못해 텅텅 비어있는 프로젝트 현장이 부지기수"라고 호소했다.

응용SW 개발자만 해도 정부 임금기준은 월 700만원이 안 되는데 시장에서 부르는 프리랜서 임금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열악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업들조차 고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대착오적인 갑질도 여전하다. 최근 한 파견업체 직원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인터넷 서비스 관련 통신장비 전원을 수십 차례 차단해 법정에 선 것도 '공무원 갑질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MZ세대들은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일이 힘든 '배달족'을 할 망정, 갑질은 안 참는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서조차 '갑을 문화'에 익숙한 50대 개발자들이 주로 파견사업에 투입된다고 한다.

과기정통부가 개정한 SW진흥법에 담긴 민간 투자사업 활성화와 원격지 개발 확대, SW 제값주기는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클라우드와 구독경제로 가는데 공공시장은 여전히 20세기 전자정부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러다 둑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두렵다.

공공IT의 붕괴는 국가 혁신과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를 다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면 의미가 없다. 디지털 뉴딜의 최우선 과제는 왜곡된 공공IT 시장 바로잡기가 돼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