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2030 인질이냐" 또 `봉이 준선달`이면 곤란

"세번 도망가면 사퇴" 한순간 덮인 갈등
갈등 근원 '해소' 없어 '봉합'에 그친 듯
李 "내가 2030 인질잡았나" 자문자답
汎진보 평론가도 "李 청년 대표성 있나"
'오세훈성적표' 보다 '대표역할'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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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2030 인질이냐" 또 `봉이 준선달`이면 곤란
지난 6일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지단·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까지 극한대치 끝에, '이준석 퇴진 결의'를 논의하던 의원총회에서 극적인 갈등 '봉합'을 연출했다. 그동안 이 대표의 반복된 선거대책기구 불참, 윤 후보를 향한 저격과 당직 인선 충돌까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그야말로 한순간에 덮였다. 야권 지지층 내에선 "세번째 도망가면 그 때는 정말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는 이 대표의 말에 일단 안도하되,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그 원인을 추측하자면 '정치문법상 변화'가 이 대표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28분 연설'에선 이례적인 '사과'와 '죄송' 표현이 3번씩 등장하며 '대선승리' '복귀' '변화' 의지를 드러내는 직접화법이 늘었다. 이른바 '연습문제' 표현에도 직접 사과하면서 "만약 그것대로 이뤄졌다면 언론의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서 후보와 저의 공동 선거운동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 일각에선 "후보가 이 대표를 안아줄 수밖에 없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곧이어 실제로 의총 현장에 나타난 윤 후보가 이 대표와 포옹하며 상황이 일단락됐다. 뒤이어 '택시운행 면허증 보유자로서 윤 후보를 직접 모시겠다'는 이 대표의 행동은 한층 극적인 요소를 연출했다.

하지만 '봉합'과 '연출'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근본적인 갈등과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그동안 선거 이탈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진심'에 기인했다며, '의도'가 나쁜 곳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선대위를 혁신하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윤 후보로 귀결될 '파리떼' '하이에나', 누굴 가리켰는지 모르게 "밀실 의사결정구조"로 말이 바뀌어버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까지 '당 대표의 입'을 통해 측근 공격용 조어(造語)로 언론 보도가 난무한 책임은 돌연 갈 곳을 잃었다. 28분 연설 중에서도 "저는 결코 당 안의 일을 밖에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마디가 왜 네티즌 사이에서 유독 구설에 올랐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년층 지지가 개인에 좌우된다는 듯한 논리도 그대로였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복귀 명령에 따르는 것'을 가정하면서 "그 방식으론 절대 우리가 대선 승리를 위해 확보해야 되는 젊은 층의 지지는 제가 같이 가지고 가지 못한다"며 "이 의총 자리에 젊은 세대의 눈이 쏠려 있다"고 했다. 또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의 대부분은 2030, 40대 표인 걸 알 거다"라고 했다. 2030과, 여권 지지성향이 강한 40대를 함께 언급하며 '세대결합론자'인 자신이 밀쳐지는 과정에서 이탈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이준석이 2030을 인질 삼아 가지고 본인의 정치적 목표를 실현한다고"라며 "유튜브들에게 제가 반박하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곳곳에서 표출된 비판을 발언력이 약한 소수·극단 집단의 주장으로 치부하는 화술(話術)이 재연된 셈이다.

정작 최근 청년 대표성 의문론이 고조된 건 정치권 영향이 크다. 친윤(親윤석열) 인사인 김경진 전 의원은 지난 4일 CBS 오전 라디오에서 "'이 대표 자체가 2030을 완벽하게 대표한다' '이 대표 없이는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도 어떻게 보면 과대 포장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5일 CBS 오후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내치려 하니 2030 지지가 다 떨어져나가지 않냐'는 진중권 작가에게 "이 대표가 과연 2030을 제대로 상징했냐는 부분이 오히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 과정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2030, 특히 30대도 캠프 보좌 청년들을 가리킨 것이었다. 특히 중도진보성향의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6일 윤 후보와 끌어안은 이 대표에게 오히려 "청년세대의 대표처럼 행세하면서 발언권을 높여왔는데, 과연 이준석에게 그런 세대 대표성이 있는 것일까"라며 "(여성과 30대도 제외된) '이대남'들은 이준석 라인이라고 봐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빗댔다.이 대표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방송3사 출구조사로 나타난 '20대 남성 72.5%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현 서울시장) 지지'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앞세워 청년들의 대변자 위치를 선점했다. 선거 본선 단계에서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2030에게 유세차를 통째로 내어줘 정치 효능감을 자아냈다는 '무용담'을 동반하면서다. 하지만 선거 관전자 입장에선 4·7 재보선 자체가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던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과 궐위라는 직접적 원인,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이후 군(軍) 생활을 경험했거나 영향을 받은 청년 남성층과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거리감, 민주당 핵심인사들과 서울시장 후보까지 '학교 교육'과 '역사 경험치'를 운운해 이대남 무시 프레임을 초래한 효과가 훨씬 커 보였다. 보선 당일 인터뷰 요청에 "2030의 생각을 보여주려고 왔다"고 말한 청년들은 여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선출직 후보자가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이 대표가 윤 후보와 완벽히 동등한 입장에서 점수를 매기고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직접 평가'를 받은 사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경선 승리 이후, 소위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20대·30대 지지율이 40%를 넘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4·7 보선 블랙아웃(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오 시장의 여론조사 성적표에서 나타난 청년층 50%대 지지율에서 크게 괴리됐다고 보기 힘든 수치였다. 그러나 약 두달 만에 여당 후보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전후 과정에는 당 대표가 앞장서서 '2030 엑소더스' 여론을 확산시키며 선대위를 두차례 이탈하는 기이한 행태가 있었다.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비교해 보면 한층 위화감이 컸다. '입당 날짜 유출'에서 기인한 입당 패싱 논란부터 경선준비위·선거관리위 파행, 경선 과정, 선대위 구성, 김종인 전권론 등 반년여간 갈등 소재를 꼽다면 한손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최근 국민의힘 선대위 파행 책임을 놓고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층, 또는 정권교체 찬성층에서 윤 후보보다 이 대표를 꼽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여론은 남은 대선 기간 후보와 콤비를 이루는 야당 대표를 볼 수 있을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봉이 준선달'로 돌아온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울 듯하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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