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일상`된 비대면 소비… "우리 시장만의 특색 살려 위기 넘었어요"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 단순한 시설 개선 넘어 '회복'에 초점
스타트업과 밀키트 공동판매… 온라인 주문서비스 적극 도입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스타점포 내세워 고객 접근성 확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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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일상`된 비대면 소비… "우리 시장만의 특색 살려 위기 넘었어요"
대구광역시 달서구 서남심시장 내 '동네시장 온라인 장보기' 공동배송센터. 장우진 기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코로나19 이후' 준비하는 골목상권


코로나19 확산 2년째. '비대면 소비'는 일상이 됐다. 디지털타임스가 2019년부터 시작한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기획도 코로나19로 변화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 골목상권의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단축 영업하거나 아예 휴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디지털타임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골목상권을 조명해왔다.

행정안전부가 2015년 시작한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은 단순한 시설개선 사업이 아닌 종합적 활성화 지원 사업인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올해 사업의 초점을 '회복'에 맞춰 추진했다. 11월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는듯 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골목상권은 변화를 꾀해야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은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주제별로 선정해 시장을 대표하는 행사와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어 전국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코로나19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일수록 '특색 있는 전통시장'의 필요성이 커졌다. 대상지로 선정된 시장 상인들은 "우리만의 특색을 살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일상`된 비대면 소비… "우리 시장만의 특색 살려 위기 넘었어요"
충남 당진에 위치한 당진전통시장. 1층엔 어시장과 식료품 시장, 2층엔 이마트 노브랜드, 장난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문혜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 맞은 골목들의 자구책= 본지 기자들이 만난 골목상권 현실은 참담했다. 장기 불황을 회복하기도 전에 닥친 코로나19는 골목상권에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골목상권 상인들은 자구책을 마련했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이 몰락했다'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들리지 않길 바랐다. 당진전통시장은 전국 최초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가 입점한 '상생·협력' 모델이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전통시장 주변에 들어설 수 없게 돼 있지만, 당진전통시장은 상생협력모델을 통해 6년째 안정적인 상생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 상인회장은 "규제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며 "많은 SSM(기업형슈퍼마켓)이 관심을 보였지만 서울 중곡동 제일시장과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상생하고 있어 이마트에 러브콜을 보냈고, 그렇게 노브랜드가 2016년 입점했다"고 말했다.

충남 최대의 5일장 및 종합품목판매시장인 당진전통시장은 자체 시장 브랜드인 '당찬한끼'라는 온라인몰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선 신선식품, 간편식, 밀키트 등 시장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총 197개 상품이 등록돼 있고,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액 3억이라는 성과를 냈다. 순이익은 4000만원에 그쳤지만 당진전통시장은 이윤에 집중하지 않는 대신 상인들의 번영과 시장 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김제 전통시장 청년몰 '아리락' 역시 요새 떠오르는 골목상권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 요촌동에 자리잡은 김제 전통시장은 1970년대 들어 주변에 상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시장은 본격적인 상설 시장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300m가량을 걸어가면 시장 끝에 보건소 건물과 함께 김제 전통시장 청년몰 '아리락'이 보인다. 아리락이 다른 청년몰들과 비교해 돋보이는 점은 '현실적인 매장 구성'이다. 기존 청년몰들은 특이한 점포 구성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모아 이를 전통시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선순환을 노리다가 관광객도, 지역 주민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병희 김제전통시장 청년몰활성화 사업단 단장은 "오래된 상권이라 주변에 젊은이들이 맛있게 먹을 만한 식당이 적은 편"이라며 "이에 스시, 텐동 등 인근에 없는 메뉴를 내세운 맛집을 많이 유치했다"고 말했다.

아리락은 김제 보건소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특성상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보건소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지정되며 청년몰 정문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제시는 향후 청년몰 외관에 청년몰임을 알리는 간판 등을 부착하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골목 음식점과 스타트업의 '상생'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근 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전통 방식을 유지하던 소상공인들도 변화를 꾀해야 했다. '디지털'을 무기로 앞세운 거대 서비스 사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타임스가 밀키트 전문 스타트업 '프레시지'의 정중교 대표이사와 진행한 대담에서 정 대표이사는 "매일이 도전이었다"며 "밀키트 10개를 만들 때와 10만개 만들기 때의 레시피와 원재료가 모두 달라져야 대량 생산해도 맛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개발(R&D)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중기부의 19대 자상한(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으로 선정된 프레시지는 2016년 창업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불과 7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15억원, 2018년 218억원, 2019년 712억원, 지난해 1271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의 투자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적극 투자해 육성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프레시지와 협력해 대표 메뉴인 낙지전골을 밀키트로 판매해 매출을 3배 가량 끌어올린 '이화횟집'은 "(밀키트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골목 음식점들이 단체손님이 끊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온라인 밀키트 판매를 병행해 장사가 더 잘 되고 있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숙 이화횟집 사장은 "처음에는 밀키트로 우리 집 낙지볶음이나 낙지전골을 밀키트로 배달하면, 수 십 년 간 운영해온 맛집의 명성이 깎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프레시지 측이 요리 제조 전 과정을 잘 관리해줬고, 먹어보니 원래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됐다. 대구 서남신시장은 올 3월부터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남신시장은 2019년 중기부의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됐으며, 이러한 사업비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마케팅을 진행했다.

서남신시장은 또 대구상인연합회 등과 연계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스타점포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채소·과일을 선보이기보다 스타점포를 내세움으로서 고객 관심을 그만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왕족발이나 잎새만두로 대표되는 '후야네 손만두', 반찬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서남신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구 수성오픈 초기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홍보버스 운영, 옥외 마케팅 등을 진행하면서 고객 유입 효과도 봤다.

김경락 대구 서남신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자체가 하나의 가게인 셈이어서 시장 내에 있는 반찬, 채소, 과일 등 먹거리를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다"며 "대구 전역에 당일 배송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춰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자영업 홍수…그래도 희망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한파로 소상공인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실제 중기부와 통계청의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의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2400만원으로 2019년보다 1100만원(4.5%) 줄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도·소매업(-1200만원)과 예술·스포츠·여가업(-800만원) 등이 매출 하락을 주도했다.

영업이익 감소세는 이보다 더 심하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2019년 3300만원에서 2020년 1900만원으로 1400만원(43.1%) 급감했는데, 역시 대면 서비스업 영업이익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소상공인들이 지고 있는 빚은 전년 대비 47조7000억원 늘어난 294조4000억원에 달했다. 빚을 가진 사업체 비중도 2019년 51.9%에서 2020년 60.0%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해 전체 사업체 수는 지난해에만 13만1000개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은 4만9000개, 도·소매업은 2만4000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운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키오스크 활용, 배달음식점 등 비대면 거래 증가 요인으로 창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불어나는 '자영업 홍수'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자구책이 절실한 때다.

전통시장과 디지털 사업을 접목한 당진전통시장의 '당찬한끼'는 시장 안에서 구입한 재료로 시장 내 공유주방을 활용한 상품 생산에 따른 것이다.

유원종 당진전통시장 사업단장은 "이제 시장은 온라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플랫폼도 상생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1년 넘게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있다"며 "(당찬한끼는) 이윤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운영 자체에 의의를 두고 사업 모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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