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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내분·무책임·공감부족…국민 없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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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만에 '대선 보이콧' 재돌입한 야당 대표
또 '후보 무한책임론'…기성정치 차별성 의문
후보는 회피성 출장, 총괄은 직할조직 힘 싣기만
비리 은폐·공수처 사찰에 자영업 "죽겠다"는데
곁에 없는 野지도자들…'국민의 도구' 자각을
[한기호의 정치박박] 내분·무책임·공감부족…국민 없는 국민의힘
지난 12월2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호텔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초유의 '제1야당 대표 대선 보이콧'을 두번째로 목도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잠행과 일정 파업을 벌인 데 이어, 극적 봉합(지난 3일 '울산 합의') 이후 18일 만에 아예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던졌다. '난 후보 지시만 듣는다'는 선대위 공보단장(당시 조수진 최고위원)이 항명 논란을 일으킨 뒤, 그가 직을 사퇴하거나 경질당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후엔 조 최고위원만이 원인이 아니라 익명의 '윤핵관(윤석열 대선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 때문이라고 했다. 당 대표의 권위와 약자 스탠스를 동시에 호소하는 모습은 관전자 입장에서 여전히 적응하기가 힘들다.

일련의 과정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선후보 측과 갈등해올 때마다 이 대표는 '후보와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반복했으나, 윤 후보와 통화 한번 하지 않고 선대위 직 일괄사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애초 윤 후보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설 권한이 있었고, 언제든 전화할 수 있고, 울산 합의 이후 '모든 선거 상황을 공유'하기로 해 마음만 먹으면 '핵관'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하다 못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인사 조치를 물밑 논의할 수 있었을 텐데도 생략한 채 이 대표는 선대위 직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두 인물이 '즉각 경질'을 지시하지 않은 데 따른 시위였을까.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 없고 관여도 안 한다'는 입장이 무색할 만큼 잦은 선대위 내부를 향한 뒷얘기, 부활한 품평정치, 이미 백의종군을 한 장제원 의원과 언쟁을 이어간 모습에서 '생산성'을 가늠하긴 어렵다.

놀라운 건 당 대표가 '후보 무한책임론'을 거듭 피력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선대위 직 사퇴 당시 그는 "당 대표로서 (대선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상당한 불명예를 얻게 되겠지만, 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후보에게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엔 한 라디오에서 "누구보다 윤 후보가 잘 알아야 할 것은, 선거는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는 것"이라고 했고 비슷한 언급을 반복했다. 지켜보는 국민들로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 파행의 중심에 매번 이 대표가 있으면서도, 모든 책임은 후보가 져야만 한다는 논리는 위화감마저 든다. 책임정치를 싫어하고 '권리는 내가, 책임은 네가'라는 전가술에 능한 대다수 기성 정치인의 행태와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칼자루를 놓은 윤 후보는 호남 방문으로 갈등 현장을 물리적으로 벗어났고, 권한을 위임받은 김 총괄위원장은 수습보단 직속 조직 힘 싣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제1야당이 소모성 분쟁을 벌이는 동안 국민은 외면당한 것처럼 보인다. 여권의 치부로 떠오른 '대장동 게이트'는 느슨한 검찰 수사에도 핵심 연루자가 연이어 목숨을 끊어 '수천억~조 단위 비리가 파묻힐 수 있다'는 기존 불안을 넘어 공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스로 하는 극단적 선택에 '당했다'는 모순적 접미사가 따라 붙은 말이 유행하는 게 그 세태를 반영한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엔 미약한 코로나19 확산 및 일률적 집합금지·영업제한 피해, 부족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한 손실보상, 방역패스 겹악재로 "죽을 것 같다"는 자영업자들이 총궐기대회를 연 현장에도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만이 참석했을 뿐이다. 한 여당 의원이 자유발언에 끼어들어 "소상공인을 위한 종합지원을 통해 르네상스를 열겠다"며 뜬구름 잡는 말로 자영업자들의 화를 돋군 상황에도, 야당에게 이를 비판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언론·민간인 등에 대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확대되는 상황에도 국민의힘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 사찰에 더욱 질겁하는 모습을 보여 별다른 공감대를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의 23일 페이스북 메시지는 "공수처가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공포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거창한 문구가 포함됐으나 "이제는 정치 사찰까지 했다니 충격", "명백한 야당 탄압", "국회의원은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국민을 대표", "얼마나 더 많은 야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을 사찰했을지" 등에 집중됐다. 국민 인권에 대해선 "이런 식이라면 일반 국민도 사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줄에 그쳤다. 같은 날 김 총괄위원장도 공수처를 '공포처'에 빗대며 "기자 가족들의 통신까지 조회하고, 심지어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하는 무소불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우려 대상은 국민으로 확대됐어야 한다.
국민의힘 안팎의 혼선에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김태호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으로 20대부터 80대까지 국민의 고단한 삶을 열거하며 "모든 분들이 지금 우리 당에 낙담하고 걱정하고 계신다"고 했다."더 낮게, 더 겸손하게, 더 깊숙하게 민심을 듣자"면서 "우리는 민심의 도구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도구다. 우리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고 강조를 거듭했다. 야당이 국민의 '도구' 이상으로 '아무것도 아니다'란 말이 크게 와 닿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내분·무책임·공감부족…국민 없는 국민의힘
지난 12월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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