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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EU·중·러 이해관계 얽힌 유라시아의 길목… 경제허브 도약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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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초 독립 후 동유럽 편입
민족 대립·영토 분쟁 탓 불안 지속
2008년엔 조지아-러시아 전쟁도
中 '일대일로' 일환 코카서스 관통
중앙~서아시아 경제회랑 추진하자
EU, 유럽~코카서스~亞 연결 맞불
경제발전 기대감… 교류 확대 필요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EU·중·러 이해관계 얽힌 유라시아의 길목… 경제허브 도약 주목
코카서스 3개국


통일한반도를 향한 한 걸음…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북방 프리즘 - 코카서스 3개국의 현재(1)

코카서스 3국으로 칭하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은 한국의 신북방외교 대상국 14개국에 포함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타 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에 비해 본 지역 국가들과 정치, 외교적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다. 다만 2018년 이후 한국에서 코카서스 지역에 대한 관광붐이 일어 관광교류가 일다가 2020년 코로나 펜더믹으로 교류가 끊겨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경제회랑(economic belt)과추가로 코카서스를 경유하는 철도와 도로망 등의 인프라 구축과 무역과 투자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신북방외교는 필연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와 목적과 대상국이 중첩되며 추후 경쟁과 보완관계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앙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미비한 코카서스 3개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4회에 걸쳐 연재할 '북방 문화정치의 교차로; 코카서스 3개국의 현재'는 본 지역의 역사, 문화, 정치와 대외관계 등에 대한 가장 최근의 정보를 전달토록 할 계획이다.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EU·중·러 이해관계 얽힌 유라시아의 길목… 경제허브 도약 주목
송병준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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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

조지아(Georgia), 아르메니아(Armenia) 및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은 터키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아시아(Asia Minor) 혹은 아나톨리아(Anatolia)를 넘어 동쪽에 위치한다. 이들 3국은 러시아, 터키,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흑해와 카스피해를 통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와 연결된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로 코카서스 3국은 '중간에 위치한 땅(the lands in between)'으로 불릴 정도로 유럽, 아시아, 러시아 및 중동지역의 길목으로, 오랜 기간 아랍, 몽골, 이란 및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코카서스 3국이 지정학적 경계라는 의미는 문화와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의 경계선 이라는 사실도 함유한다. 이러한 지리적 요인으로 코카서스 3국은 유럽의 일원인가 하는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코카서스 3국은 아시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터키에 빗대어 유럽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회자 될 정도로 유럽대륙에서 외떨어진 지리적 위치와 유럽문화 이외의 이질적 요소도 상당 부분 함유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코카서스 3국은 독립 뒤 모두 유럽지향적 노선을 취하며 유럽에서 최초로 출범한 통합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에 가입을 신청하였다. 당시 유럽평의회에서는 지리적 요인을 들어 코카서스 3국의 유럽 귀속을 논의한 결과, 유럽적 정체성을 갖는 유럽국가로 인정하여 가입을 승인하였다. 이와 같이 코카서스 3국은 유럽평의회와 유럽연합(EU)에서 역사, 민족, 종교, 문화적 이유를 들어 유럽국가로 인정하여, 현재는 유럽의 여러 지역기구에 가입되어 있다.

한편으로 유럽연합의 코카서스 국가에 대한 시각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유럽연합은 회원국인 27개국 이외의 유럽국가를 크게 발칸, 동유럽(Eastern Europe), 러시아로 구분하여 각기 정책을 달리한다. 여기서 동유럽 범주는 우크라이나, 몰도바, 벨라루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및 아제르바이잔 등 6개국이다. 발칸국가는 추후 유럽연합 가입을 전제하여 경제사회적 지원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발칸국가인 슬로베니아는 2004년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2013년에 유럽연합에 가입하였다.

반면 유럽연합은 동유럽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가입을 배제한 가운데 지역적 안정을 위한 소극적 협력과 지원에 주력한다. 동유럽에서의 정정불안은 결국 유럽연합으로의 불법이민을 유발하고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유럽연합은 동유럽 6개국에 대해서는 2014년 이후 근린외교정책(ENP: European Neighbourhood Policy)으로 명명한 별도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적, 지리적 관점에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및 불가리아 등은 유럽의 동쪽에 위치하여 냉전시대에는 동유럽으로 지칭하였다. 그러나 냉전 후 이들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및 폴란드를 포함해 냉전시대 동유럽으로 명명하였던 국가들은 중동유럽(Central Eastern Europe)으로 분류하여 동유럽과 차별성을 둔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 관점에서 지역적 범주를 설정한 것으로, 체코와 유사하게 동쪽에 치우친 오스트리아와 핀란드가 관행적으로 서유럽으로 분류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중요한 사실은 동유럽으로 분류된 코카서스 3국은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등 핵심적인 유럽통합기구에 가입이 배제된 가운데 타유럽국가와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유럽연합 비회원국인 터키보다 동쪽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 코카서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그리고 정치, 경제사회적 낙후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특별히 경제적 취약성은 코카서스 3국을 유럽대륙 국가와 구분 짓는 중요한 잣대이다. 지중해 동쪽에 위치하여 중동지역과 인접한 사이프러스가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코카서스 3국의 정치경제

코카서스 3국은 모두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하며 흑해와 카스피해와 접해 아름답고 청정한 풍광을 자랑한다. 또한 와인과 코냑 그리고 풍족한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로 음식문화도 발달하여 천해의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국가들이다. 그러나 이들 3국은 오랜 기간 이민족으로부터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갖고, 현재에도 민족간 대립과 영토분쟁으로 유럽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지역 중 하나이다.

코카서스 3국을 구성하는 조지아에서는 기원전 6,000년 전의 와인재배 유적지가 발굴되었으며, 아르메니아인은 자신들의 조상이 기원전 2,000년경부터 현재의 아르메니아 고원(Armenian Plateau)에서 나라를 세우고 거주하였다고 믿는다. 이와 같이 코카서스 3국은 인류 문명과 함께한 오랜 역사를 갖는 지역이다. 그러나 코카서스 3국은 중세이후 페르시아와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았고, 20세기 초 잠시 독립국가를 이루었으나 소련에 재점령되고, 1992년 독립하여 현재에 이르지만 3국 모두 민족분규로 내전과 전쟁을 겪었다.

조지아는 1991년 독립 직후 압하지아(Abkhazia)와 남오세티아(South Ossetia)에서 민족분규로 내전을 치르고, 2008년에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부패척결을 동반한 정치적 개혁으로 정치가 안정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내세운 코카서스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역시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인접한 아제르바이잔과 갈등으로 상호간 인종청소와 전쟁을 치르고, 2020년에도 또 다시 아제르바이잔과의 충돌로 코카서스 3국 중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경제적으로도 낙후되어 있다.

역시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은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와는 정치, 경제적으로 다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가 불안한 정정 속에서도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독립 직후인 1993년부터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와 아들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이 30여 년간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1994년부터 원유채굴이 시작되었고 1999년 대규모 가스전 개발로 경제가 급성장하였다. 이러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2020년 9월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를 무력으로 탈환하였다.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EU·중·러 이해관계 얽힌 유라시아의 길목… 경제허브 도약 주목
표) 코카서스 3국의 인문, 정치, 경제 지표

◇코카서스 3국간 관계

코카서스 3국간 관계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고 미묘하여 3개국 간 실질적인 정치, 경제 및 외교적 협력은 극히 미미하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두 차례에 걸쳐 전쟁을 치를 정도로 적대적 관계로 양국간 국경은 폐쇄되어 있고, 일체의 교류도 진행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간 적대관계로 조지아를 포함해 3국을 한데 묶은 협력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다방면에 걸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교역도 활발하다. 그러나 조지아 내에는 2014년 기준 아르메니아인이 약 20만 명이 거주하며 비공식 통계로는 40여만 명에 달한다. 특히 남부 삼츠헤-자바헤티주(Samtskhe-Javakheti)에는 11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거주하여 인구의 54%를 점한다. 이와 같이 조지아 인구의 5-10%를 점하는 거대한 아르메니아 공동체의 존재로 양국은 민족문제에 있어 긴장관계를 갖는다.

반면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는 에너지, 운송, 무역 및 관광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조지아 내 아제르바이잔인은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약 28만 명으로 조지아 인구의 6.5%를 점해 조지아 내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고, 아르메니아인과 유사하게 대부분 농촌지역에 거주한다.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므로, 양민족간 표면화된 갈등은 없다.

◇러시아와의 관계 및 디아스포라

코카서스 3국은 본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시각을 달리한다. 조지아 영토인 압하지야(Abkhazia)와 남오세티아(South Ossetia)는 러시아의 비호아래 자치권을 행사하여 사실상 조지아의 통제가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 조지아와 러시아간 전쟁까지 발발하여 양국은 교역과 관광 등에서 교류를 행하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긴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내륙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적성국인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에 둘러싸여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역설적인 사실은 코카서스 3국 중 아르메니아만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지 않는데 가장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아르메니아는 코카서스 3국 중 유일하게 러시아의 주도로 각각 2002년과 2014년에 설립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와 유라시아경제동맹(EAEU: Eurasian Economic Union)의 회원국이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적국인 아르메니아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이유로 반감을 갖지만, 러시아의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표면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역사적 요인으로 본토보다 해외에 자국인이 더욱 많이 분포한다. 아르메니아인은 20세기 초 터키의 제노사이드를 피해 해외로 대거 이주하여 미국, 러시아, 프랑스 및 레바논 등지에 약 550-800만 명의 아르메니아계가 거주한다. 아제르바이잔 역시 오랜 페르시아의 지배의 역사로 이란에 약 1,500-2,000만 명의 자국인이 거주한다. 2000년대 들어 에너지 수출로 아제르바이잔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란 내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본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란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코카서스 3국의 잠재력

코카서스 지역은 극히 최근 들어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인도양을 잇는 길목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코카서스 3국은 2010년 후반 들어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기존에 러시아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연결되는 신유라시아 대륙교량(New Eurasian Land Bridge) 이외에 추가로 코카서스 지역을 관통하는 중앙아시아-서아시아 경제회랑(Central Asia-Western Asia Economic Corridor) 논의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는 중국에서 자국을 통과하여 터키로 이어지는 코카서스 무역운송회랑(TCTC: Trans-Caucasus Trade and Transit Corrido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이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유사한 유럽-코카서스-아시아 운송회랑(TRACECA: Transport Corridor Europe-Caucasus-Asi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으로 위협을 느낀 유럽연합은 유럽-코카서스-아시아 운송회랑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편 아르메니아는 흑해에서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으로 연결되는 남북회랑(North-South Corridor) 구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같이 코카서스 지역은 유라시아의 길목으로 중국, 러시아 및 유럽연합간 경제적 이해가 깊어 향후 발전가능성이 지대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코카서스 3국은 시장과 인구규모를 떠나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경제적 허브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긴밀한 협력과 교류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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