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에 내년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축소한다. 쿠데타 발생과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두 국가는 정부가 추진하는 ODA 사업에 있어 상당한 중요성과 비중을 차지했지만, ODA 사업을 추진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상당히 삭감했다"고 말했다.
상환 의무가 없는 무상원조를 총괄하는 외교부의 내년도 예산에서 미얀마에 대한 ODA 사업은 올해(163억원)보다 86% 감액된 22억9000만원 편성됐다. 정부는 앞서 미얀마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 우선 협력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아세안 지역 ODA의 약 25%를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미얀마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시민에게 무력을 행사해 유혈사태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미얀마와 ODA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생·인도주의 지원이 아닌 군부정권에 이득이 될 만한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미얀마 관련 10개 사업을 내년에도 지속한다며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 중심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올해 예산 23억원이 배정됐던 KAL 858기 동체 추정물체에 대한 미얀마 안다만해역 현지조사 역시 정정 불안으로 실제 수색 과정이 시작되지 못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올해 예산에서 일부 이월한 금액과 추가 확보한 예산으로 내년에도 수색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 ODA 예산은 올해 12억4000만원에서 65% 삭감한 4억3000만원만 배정했다.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와 유네스코를 통한 사업 2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 설정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발협력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아프간에서 대사관을 철수시킨 상태다. 연간 16억원가량 편성해온 아프간 공관 보안경비 예산도 내년엔 11억7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우선 1분기에 해당하는 예산만 감액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관 재개가 어려울 수 있어서 일부 감액이 됐지만, 여전히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국회와 공감해 일부 감액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