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알아서 잘 지우라" 문제 덮기 급급한 與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평가
지방의회 공무원이 대필 '논란'
의원 아닌 본인이름 올린 사례도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파일 알아서 잘 지우라" 문제 덮기 급급한 與
지난 24일 한 광역의회가 광역 의원 공천평가서 작성을 위해 사무처 직원에게 발송한 쪽지. 오후 4시 21분에 의원의 개인 단독 발의를 발췌해 당일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지방의회 공무원들에 평가서 작성을 떠맡겼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해당 지방 의회에 "문제 되지 않게 파일을 알아서 잘 지우라"고 하는 등 문제를 덮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돼도 공무원들이 의원들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11월 30일 4면 참조

5일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 위원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덕성, 리더십, 공약 이행 등에 대한 공천 평가를 위해 지난달 29일까지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원을 상대로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대부분 기초·광역 의회·지자체에 지난달 16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기초·광역 의회의 행정감사 기간과 겹치면서 실무진들의 자료 작성이 늦어지자 지난달 24일과 29일로 2차례 연장해 자료 제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방 의회 공무원들이 의원들이 직접 써야 하는 의정활동과 관련한 자술서까지 대필하게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본지 취재 결과, 상당수 광역·기초 의회가 본보의 지난 11월 30일 보도에도 의원들의 공천 평가서를 공무원들이 완성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의회 소속 공무원의 경우 이런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결국 증빙을 포함해 많게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평가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한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부서에서는 실무자들에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파일들을 알아서 잘 지우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 소속 공무원 A씨는 "국회로 치면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선거에 중차대한 영향을 주는 공천에 관한 서류를 쓴다는 것과 같다"면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평가서를 작성하면서) 공식적인 카톡이나 문자는 사용하지 않았고, 전부 통화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의회 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의원 평가서의 조속한 제출을 요구하는 민주당 독촉이 이어지면서) 의회 소관 상임위 안건 관련 검토 보고서를 쓸 시간이 부족해져 일정을 미룬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에서도 평가서를 사실상 공무원들이 작성하면서, 공무원이 실수로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파일을 민주당 서버에 올린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 의회 공무원 C씨는 "앞에서는 의원들이 일을 시킬 때 자료가 없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결국 공천평가에 중요한 것이니 나중엔 '언제 완성되느냐'고 신경 써서 작성하라는 식으로 얘기한다"며 "논란이 돼도 잠시뿐이고, 책임만 공무원들이 지게 되는 행태는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초·광역단체 의원들의 공천 평가서까지 사실상 공무원들이 대신 작성하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지방 의회가 정책지원관 제도 등으로 인력을 보강한다고 해도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일을 떠맡는 현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본래 취지인 전문성의 강화보다는 의원들이 필요로 하는 행정업무를 맡는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근 국민의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일선 의회사무직 공무원들에게도 갑질성 사적 영역 업무를 지시하는 데, 만일 정책지원관 제도가 신설되면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방의원의 보좌를 넘어 '가방 모찌'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