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불가피한 `드론배송`, 언제까지 손놓고 있을 건가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규화의 지리각각] 불가피한 `드론배송`, 언제까지 손놓고 있을 건가


호주 제3의 도시이자 2032년 올림픽이 열리는 브리즈번은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의생명공학과 ICT에서도 앞서가는 첨단도시다. 브리즈번의 교외도시 로건(Logan)에서는 미래 고객배송(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 윙(Wing)이 드론배송을 3년째 하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윙은 지난 8월 중순부터 비시니티센터 쇼핑몰의 개별점포에서 드론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상인들이 상품을 윙의 배송시스템으로 가져와야 했다. 상품 발송 장으로 옥상(루프탑)을 이용했고, 첫 6주 동안 2500건을 성공적으로 배송했다.

◇드론배송 알파벳 자회사 윙이 선도

이 새로운 모델의 드론배송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평균 배송시간은 10분가량이었고 최단 소요시간은 2분 47초였다고 한다. 바리스타 커피의 뜨끈한 김이 보존된 상태에서 고객에 배달됐다. 크레마가 헝클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것도 물론이다. 윙은 이 서비스모델을 도입하기 전에도 올해에만 8월까지 10만 건의 배달 실적을 올렸다. 배송 상품은 커피, 버블티, 스시에서부터 의약품, 개인생활용품 등 다양했다.

윙의 비대면 배송은 코로나 락다운 시기에 진가를 발휘했다. 이전보다 40% 이상 배송 건이 늘어났다. 이 같은 편리성 때문에 호주 가사 구매시장의 4~6%를 드론 배송이 떠안게 된다면 2030년까지 증가할 소매판매분이 22억 호주달러(약 1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윙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배송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가 전체 상품의 공급망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20%인데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음식 배달에 있어서도 오토바이 인편 배달보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알파벳의 윙은 로건 외에도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드론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윙은 내년에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와 핀란드 헬싱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는 배달로봇 테스트 중

코로나 팬데믹은 택배와 음식배달 시장을 폭발시켰다.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가 사회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음식배달은 '딜리버리맨'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비용도 치솟고 있다. 서울에선 1회 배달에 보통 4000~5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고객이 2000~3000원을 내고 나머지는 사업자가 부담하지만 이마저도 딜리버리맨 공급이 충분치 않아 비용상승 압력이 높다. 더욱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계속 오토바이 배송에 의존할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최상의 방안은 드론배송이다.

인편 배달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배달의민족 등 배달전문기업들은 '배달로봇'을 개발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 GPS 수신장치를 갖추고 바퀴로 움직이는 배달로봇은 초보적 단계이긴 하지만 배달원 부족문제와 비용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민은 수원시에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로봇이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우선 법규가 문제다. 배달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인도와 도로 어디에서도 주행할 수 없다. 장애물 인식을 위해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주행해야 하는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배달로봇이 영상을 저장하거나 서버로 송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사업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정부가 일단 나섰다. 법을 개정해 배달로봇도 인도와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달로봇이 촬영한 영상을 저장, 송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현재 무인 로봇 배송 규정이 없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을 개정해 배달로봇도 배달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2025년이 되면 배달로봇이 상용화돼 배달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배달로봇은 드론배송에 비해 신속성, 안정성, 정확성 등에서 떨어진다. 사람과 차량 등이 오가는 도로와 인도를 통행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고, 사고가 날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량이 많이 나가는 물품 등 배달로봇이 맡아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음식이나 식재료, 개인생활용품 등은 드론배송이 최적이다.

◇국내 드론배송 현주소는

지난달 성남시가 드론으로 도서관의 책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서관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시민을 위해 3kg 내외의 책 5~7권을 드론을 이용해 도서관으로부터 날라다가 거점 장소에 떨어뜨린다는 방식이다. 시는 구미동 도서관과 거점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1년 동안 실시한 뒤 시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비행은 성남시 관제센터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포인트-투-포인트가 아닌 거점 연결방식으로 초보 수준이다.

전남 고흥군도 도서 지역 섬주민들을 위한 드론택배 실증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육지와 득량도를 왕복하는 드론 주행에 성공했다. 내년까지 테스트를 한 후 거리와 중량을 확대해 최대 10km, 중량은 20kg까지 늘려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의 드론배송은 윙에 비하면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기술적 요인도 있겠지만 지형적, 제도적 제약의 영향이 크다. 윙이 브리즈번 교외 로건시와 캔버라를 드론배송 테스트베드로 삼은 것은 고층건물이나 산악 등 비행에 따른 장애물이 적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는 호주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드론 비행에 따른 제도적 허들을 걷어줬기에 가능했다.

국내 드론배송 개발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우선 제도적 걸림돌을 꼽을 수 있다. 현재도 취미용 단순한 드론을 띄우려면 구청이나 경찰에 승인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서울 같은 경우는 비행할 수 없는 비행금지공역이 설정돼 있다. 국가안보와 사회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음으론 지형적 난관이다. 국내는 호주처럼 평야지대가 아니라 산이 많고 고층건물이 많다. 보통 배달용 드론은 사람운송용 UAM(도심항공모빌리티)드론 보다 낮은 상공을 비행하게 되는데, 아파트 단지가 많은 국내에서는 애로가 많다.

그렇다고 드론배송 개발과 상용화를 마냥 뒤로 미룰 순 없다. 구글은 윙을 통해 세계 드론배송 플랫폼도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환경적 제약 때문에 손놓고 있다가 나중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해외 빅테크가 국내에 들어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배달전문기업, 정부, 연구기관들은 배달로봇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배송용 드론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