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硏 겸업주의 확대방안 세미나
"빅테크 등장해 금융산업 변화"
증권·보험·투자 업무 참여해야
규제 불평등·역차별 해결 시급"
"빅테크 등장해 금융산업 변화"
증권·보험·투자 업무 참여해야
규제 불평등·역차별 해결 시급"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확대방안' 세미나에서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업 간 겸업주의 논의와 대응방안' 발표에서 "빅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산업 구도가 바뀌고 있다"며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유니버셜 뱅킹을 구현하면서 전업주의 원칙과 의미가 퇴색됐다"고 평가했다.
'전업주의'란 여러 종류의 금융기관이 각각 자신의 전문 금융업무만을 수행하고 다른 금융업무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국내는 전업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일부 겸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겸업주의는 은행 고유업무인 예금과 대출 외에도 증권, 보험, 투자은행 업무까지 참여하여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금융기관 경쟁을 촉진하고, 중개비용 절감을 통한 시장 효율성 증대, 수익 다변화로 안정성과 건전성 개선 등의 장점이 있다.
여 교수는 "2001년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일정수준 겸업화 성과를 달성하였으나 겸업주의 고도화를 제약하는 규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은행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특별하다는 인식 하에 제약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은행만의 고유 기능이 상당 부문 퇴식했다는 의미다. 거래 계좌 발행은 핀테크 등 비은행 부문의 영역까지 녹아들었고, 유동성 공급과 통화정책 전달자라는 역할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중앙은행 주도 디지털화폐(CBDC)가 발행되면 탈은행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여 교수는 "금융회사는 금융업이 빅테크 생태계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수직 구조에 있지만, 빅테크는 금융업을 일부분으로 종속한 플랫폼 생태계에 있다"며 "상호 협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겸업을 위한 시발점으로 금융그룹 계열사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성현 신한지주 부사장은 고객 데이터 활용을 통해 사용자 니즈를 팡가한 넷플릭스의 사례를 들며 "금융그룹도 은행, 라이프, 카드, 금융투자 등 각 계열사 정보를 결합·분석하면 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평안보험을 언급하며 "생활플랫폼을 구축해 사용자 모집-구매-유지 및 교차판매로 구성되는 디지털 전략을 구사해 신규 고객의 40~50%를 플랫폼을 통해 저비용으로 확보했다"고 했다.
빅테크와 금융그룹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박 부사장은 카카오의 사례를 들며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금융지주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사업 범위와 수집 데이터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총자산의 과반수가 금융업과 금융관련사업에 해당해야만 금융지주회사법 적용대상이 되므로 (비금융사업 비중이 높은) 카카오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신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에 카카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비금융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배 외 별도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정 소장 역시 "국내는 규제당국의 독려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됐다"며 "하지만 기존 금융회사와의 규제 불균형과 역차별 이슈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빅테크는 별도의 라이선스 취득없이도 금융사 제휴,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통해 대부분의 전자금융서비스가 가능하다. 반면 금융사는 은행법, 보험업법 등 업권별 규제를 적용받는다.
금융당국 역시 '겸업주의' 확대에 긍정적인 뉘앙스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업계를 만난 자리에서 "금융·비금융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정은보 금감원장 역시 최근 "금융그룹 내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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