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용 "탄소중립 달성 가능한 정책부터 다시 짜야"

정책제언 세미나서 '정책 방향' 발표
원자력에너지 빼고선 목표 달성 못해
온실가스 배출 목표 충분한 논의 없어
"또한번 국제 신뢰 잃을까 걱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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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탄소중립 달성 가능한 정책부터 다시 짜야"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목표만 있지 달성할 수단이나 대응이 준비돼 있지 못해요. 이로 인해 차기 정부가 국제사회에 발표한 약속을 이행키 어려운 부담을 지게 될 것 같습니다."

경제학자이자 기후변화 전문가인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6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병원) 주최 정책제언 세미나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제출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전문가나 이해당사자 간 논의를 통해 이뤄진 결과가 아니어서 또 한 번 국제적 신뢰를 잃게 되지나 않을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당장 내년 이집트 회의에 제출해야 하는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계획과 글래스고 회의에서 약속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차기정부의 정책이행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엔 LEDS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역임한 정 교수는 30년 이상 기후변화에 대해 한 우물을 판 경제학자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주임 기후전문가,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부소장, 세계은행(IBRD) 선임에너지이코노미스트,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다.

정 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배출계획 약속을 지키지 못해 중국, 인도 등과 함께 '기후 악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데,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계획"이라며 "실천을 위해선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리더십을 정부가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선 탈탄소 시스템 구축에 앞서 석유·자동자·철강·시멘트·조선 등 좌초산업의 대응과 이 분야에서 퇴출될 인력들의 재교육이나 재배치 등 지원정책이 전혀 준비돼 있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치인들이 탄소세를 거둬 기본소득 재원을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하는 것을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며 "세금을 걷기보다는 시장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글래스고 회의의 업적 중 하나는 파리협약의 'Rule Book'에 합의한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막혀 있던 탄소배출권의 국제거래 활성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이 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전환정책은 결코 원자력에너지를 빼고선 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화석연료가 에너지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1인 가구 증가로 가정용·빌딩용 에너지수요가 늘고 있어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 활용에 대한 우려로 원전 폐기물 문제를 들고 있지만 원전을 도외시 해선 탄소중립을 달성키 어렵다고 했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 관련 우리나라의 외교력도 사실상 점수를 주기 어렵다"며 "이젠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이 아니라 의제를 주도하는 선진국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늘 따라가기 바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기후재앙 더 나아가 기후 제노사이드(인종말살)라는 용어를 국제사회가 사용한다"며 각 국가나 국제사회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자 인류가 처음 직면한 최대의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탑다운 방식이 아인 보텀업으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환경을 만들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의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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