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대선후보 黨`떴다방`처럼 운영… 인물정치가 정치·정책 연속성 발목"

양당제 넘어 '양극화' 대립 지속…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건가 질문 던질 시점
인물 중심 정당이라 당 이름 너무나 쉽게 바꿔… '이재명 민주당' 우려스러워
'공약 풀링제'로 공통된 내용은 공유하고 후보 나름의 차별화된 공약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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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대선후보 黨`떴다방`처럼 운영… 인물정치가 정치·정책 연속성 발목"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중앙선관위 선거여론조사심의위 위원


이번 대선은 유력 후보자들에 대한 비호감이 호감보다 높은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물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정당 생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약한 정당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다. 정당의 가벼움, 뿌리뽑힘, 휘둘러짐은 87체제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혜성처럼 나타난 윤석열 후보가 수십년 보수 정당이라고 자부하는 국민의힘을 일거에 장악했다. 이재명 후보는 아예 대놓고 당을 '사당화'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당과 선거제도, 선거여론조사 등 현실 정치에 대중적 발언을 해오고 있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부터 이번 대선이 한국정치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지형을 만들어낼 지 들어봤다.

박 교수는 "한국정치의 양당체제가 정치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양극화는 바이너리(양자선택)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찾으면서 많은 이슈들이 묻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양당제에서는 못해도 2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이 자리잡기 힘들며, 적대적 공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정당체제를 '카르텔 정당'이라며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의제가 흐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인물 정치'의 심각한 문제는 이전 정부하고 단절을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그랬고, 이재명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도 한국에 정당은 뿌리 내리지 못하고 인물 정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진영간 대립,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정부에서 개헌이 힘들다면 선거법을 개정해 다수당체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선호투표제를 다수당체제를 만들 수 있는 선거제로 보았다. 사표를 방지하고 극단적 대립보다 수렴적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양극화된 정치에서 잃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국민들이 좀 아셨으면 한다"며 "대선은 정책의 장터인데 지금 온통 유력 두 후보의 가십성 의제에 덮혀버렸다"고 아쉬워 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박 교수의 연구실에서 가졌다. 박 교수는 인터뷰 마칠 즈음 선호투표제 만큼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꼭 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담=이규화 논설실장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일단 첫 스텝은 한국정치의 문제 근원이 이제 어디 있는지를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현실 정치는 정당을 기반으로 이뤄지잖아요. 정당정치는 양당제와 다당제로 나눠볼 수 있는데, 딱히 어떤 것이 더 낫다 볼 수는 없습니다. 양당제는 정국이 안정될 수 있고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이 될 수 있는 반면, 다당제는 정국이 혼란해진다거나 하는 주장이 있어요. 저는 솔직히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치가 지속되어 온 면면을 보면 양당제가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정당을 통해 정치교체를 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양당제로는 그게 힘들다고 보시는 건가요.

"지금은 양당제를 넘어 정치의 '양극화' 대립이 지속되어 온 것 같거든요. 이게 바람직하지 못 하다는 정도까지는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건가 하는 질문을 이제 던져야 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나의 존재가 도드라지는 흔히 말해서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양극화된 정치를 바꿀 인센티브가 지금 현재 어떤 정치 세력이나 주체에도 작용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예를 들자면 지금 문 정부가 어떻게 해서 인기가 굉장히 낮은 편인데도 계속 지지율 40%를 유지하는지 의아하거든요. 이게 사실 양당제적 대립에서 오는 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극화 양당제에서 가장 득을 보는 사람들이 '빨간 당'(국민의힘)과 '파란 당'(더불어민주당)이거든요. 이 정부가 40% 지지는 받는 셈이니까 뭐든지 사실 다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 공존하고 있는데 바꿀 유인이 없겠네요.

"언론 같은 경우에도 바꾸자고 이야기할 인센티브가 없는 것 같아요. '정치교체'를 말씀하셨는데, 언론도 사실은 양극화된 양당제에서 득을 보는 거거든요. 또 요즘 유튜버들이 언론 외 별도의 지대에서 여론 형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양당제적 양극화된 정치에서 오는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거든요. '슈퍼챗'이라고 하나요? 그걸 팔아먹고 있으니까요.(웃음) 지금 양극화된 대립에 대해서 비판을 할 인센티브가 있는 정치 세력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래도 가장 가능성 있는 세력을 꼽자면.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정치로 계속 먹고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양당에 있는 정치 세력들이죠. 정치학에서는 이 같은 공존 구조의 정당들을 '카르텔 정당'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2등은 먹고 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카르텔적 성격의 정당이 있으므로 해서 어떤 한 인물, '영적 인물' 즉 '영적 페르소나'가 나타나 독재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

-오늘(23일) 아침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도 80년대 8년을 집권하면서 독재적 리더십을 누렸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다 제기되는데요.

"지금과 같은 양극적 양당제에서는 그와 같은 강도는 아니지만 독단적 리더십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양당제 내지는 양극화된 대립에 제일 주요한 린치핀이 뭐냐 하면, 정당이나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표현된다는 거예요. 그게 훨씬 더 사람들이 알아먹기도 쉽고 그렇죠. 그 다음 따져볼 게 정치의 퍼스니피케이션(person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 것이죠. 이게 사실은 더 쉬워요. 물론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만은. 사람을 조직과 동일시하는 거죠. '윤석열 검찰' '문재인 정부' 이런 거죠. 개인적인 사안 및 사실이 조직의 그것과 막 뒤섞이는 거죠."

-그런 정치 문화, 전두환 시대 퍼스니피케이션 정치가 3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외국 정치학자들도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데, '아니 한국에서는 어떻게 정당 이름을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냐?'고 해요. 정당 이름이 브랜드잖아요. '애플' 같은 건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데에 놀라는 겁니다. 근데 또 수수께끼인 게 한국 유권자들은 그걸 또 잘 따라가거든요. 한국 유권자들이 스마트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웃음), 또 다른 편으로는 이게 사람을 따라가는 정당이니까 그런 거예요. 당 이름은 몰라도 저게 '김영삼당' '문재인당' '노무현당' '김대중당'인 것은 잘 압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카르텔 정당 성격 때문에 생긴 겁니다."

-그와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확 바꾼다고 했는데요, 한국 정당의 특징적 면을 보여주는 거로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저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생각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그걸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선거공영제를 시행하잖아요. 국고보조금 지급받고 선거를 치르는 거는 정당인데요, 그런데 사실은 선거는 캠프 정치거든요. 캠프는 후보 개인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고요. 한국에서는 개인 사조직인 캠프가 선거 때가 되면 거의 정당의 역할을 해버리게 되고, 정당은 이제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이런 데서 어떻게 무슨 정책적인 연속성이 있을 수가 있어요?"

-시원한 지적인 거 같아요. 대선 때만 되면 외부에서 누구 누구를 모셔온다는 말이 많아져요.

"맨날 '경제 가정교사'라느니 무슨 가정교사라는 말을 쓰는데, 아니 왜 가정교사가 가정이 아니고 공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오는 건가요? 심지어 그 가정교사는 그 정당 당원도 아니에요.(웃음) 선거를 그렇게 사적인 라인으로 치르다가 사실 몇 번이나 망했잖아요. 그런데 이걸 계속 되풀이하는 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마는, 말씀드린 것처럼 정당이 약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이게 굉장히 한국적인 '퍼스널리티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캠프 정치를 하기 때문이거든요."

-캠프 정치인데도 후보 뒤 막후에서 누가 조언을 하는지도 잘 안 알려져 있어요.

"후보들이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 하면 대부분 안 그렇거든요. 그럼 후보 주변 분들이 누구인지를 봐야 하는데 사실 다들 숨어 있잖아요. 비선정치를 나쁘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그 사람들이 비선인 가능성이 있거든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해놓고서 지금 사실 그런 비선 정치를 맨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출처가 애매하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책이 나오고 그런 거 같습니다.

"재밌었던 것 중 하나가 지난번 국민의힘 당내 경선 중에 서로 공약을 베꼈다고 막 그러더라고요. 최근에도 김동연 전 부총리가 그런 이야기를 하던데요, 사실 공약을 베낄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각 캠프에서 100대 공약을 다 써내야 되었거든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는데, 어디선가 베낄 거 아닌가요? 이 후보 저 후보 것도 베끼고 또 10년 20년 전 것도 베끼고 맨날 베끼는 거예요.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공약 풀링제 같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슷비슷한 것을 모두 다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공통된 공약이 있으면 그건 풀링(공유)를 하면 됩니다. 그런 연후에 후보가 나름의 차별화된 공약을 개발하면 되는 거죠."

-인물 중심의 정당과 선거운영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이 있나요.

"정치든 정책이든 연속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한국 '인물 정치'의 또 다른 문제가 뭐냐 하면, 이전 정부하고 단절을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2012년 선거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MB(이명박) 정부 말기 워낙 인기가 없으니까 단절을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나 당장은 쉬운 선거 전략일지 모르겠으나 리스크가 있거든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대통령의 지지도가 계속 올라가게 되면 그런 전략은 복병을 만날 수 있어요. 또 그런 전략은 대통령의 인기가 높으면 쓸 수 없습니다.이재명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이 후보가 이너 캠프를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인물로 인해 이전과 단절하는 것은 자칫 당을 '떴다방'처럼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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