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김헌동 강남 5억 아파트 가로막는 `놀부들`

20년 건설 현장 누빈 '산지식인'
토지임대부 분양 성공사례 충분
서민 주거복지와 집값 안정 기여
일부 반대는 님비현상, '놀부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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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김헌동 강남 5억 아파트 가로막는 `놀부들`
"강남에 5억원 그 외 서울 지역에 3억원에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2억 원 내외인데 이런 말을 한다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 받을 수 있다. 요즘 강남의 신축 30평대 아파트 가격은 30억원이 넘는다.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5억원이라니. 이런 주장을 펴온 이가 지난 15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취임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다. 경실련에서 20여 년간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펴온 시민운동가이자 부동산 현장을 잘 아는 부동산전문가이기도 하다. 그의 말이라면 일단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김헌동 SH사장은 20대 중반 건설사에 입사해 20년을 부동산 건설 관련 업무를 했다. 아파트 건설의 현장, 기획·설계, 재무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후 20여년을 또 경실련에서 부동산 관련 시민운동을 벌였다. 2007년에는 그의 친형인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라는 책을 내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획기적 주택정책을 펴지 않는 한 서울 강남 아파트가 조만간 평당 1억원이 간다고 예측했다. 체험에서 오는 그의 '촉'과 현장과 이론을 두루 경험한 산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하기 때문에 일단 신뢰가 간다. 더구나 그는 이제 집행력도 갖췄다.

◇어떻게 3억, 5억 아파트가 가능한가

김 사장의 '반값, 반의 반값 아파트'는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아파트'를 말한다. 김 사장과 경실련은 줄기차게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국공유지를 활용한 토지임대부분양을 주장해왔다. 아파트값에서 사실 건축물 비중은 토지 값에 비해 훨씬 낮다. 평당 건축비는 서울 강남이든, 강북이든 지방도시든 큰 차이가 없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땅값이다. 따라서 땅값을 포함하지 않고 그 위의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간 건축비와 적절한 이익을 보탠 가격에 분양하면 아파트값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로나 이전 2019년에만 해도 갖출 건 다 갖춘 양질의 아파트를 짓는데 평당 600만원 정도면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후 건축자재비, 인건비 등이 많이 상승했다 해도 땅값을 제외한 평당 건축비는 1000만원 내외면 족하다. 그렇다면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여기에 부근 도로 및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기여분과 적절한 이익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이라고 하더라도 5억원이면 30평대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 단, 토지임대비를 내야 하는데, 국공유지이니 최대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얼마나, 성공사례는 있나

김 사장은 경실련 본부장이었을 때부터 서울시에 있는 공유지를 지목했다. 현재 대규모 공유지는 용산의 철도기지창 부지,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과 대치동 서울종합전시장(SETEC), 역시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공영주차장, 송파구 성동구치소,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등이다. 김 사장은 코레일 용산 부지만 4만평 쯤 되는데 20평·30평대 아파트 1만 가구 가량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층고를 70층까지 높이면 2만 가구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토지임대부 분양은 성공사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강남구 자곡동에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분양한 적 있다. 당시 분양가는 3억원 내외였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지었느냐면 그렇지 않다. 설계를 네덜란드 왕립협회 건축가가 와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성냥갑처럼 짓지 말고 멋있게 지으라고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회사 사장할 때 데리고 있던 이지송 사장을 LH사장에 임명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자곡동에 30평대 아파트가 3억원대로 분양되니 2007년 용인에서 5억4000만원에 분양했던 아파트가 2억원 대로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김 사장이 자료 분석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본보 [고견을 듣는다] 인터뷰 2020년 11월 13일 자 보도)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분양을 포함해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자 아파트값은 금세 잡혔다. 이명박 정부 내내 집값은 안정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돈을 꿔줄 테니 집을 사라고 할 정도였다.

◇걸림돌은 없나

김 사장이 SH사장에 취임하고 오세훈 시장이 적극 뒷받침 할 가능성이 높아 저항이 있더라도 '반의반 아파트' 분양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세훈 시장은 전 임기 때 SH가 분양하는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해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빼는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생각을 가진 김 사장을 서울시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반의반 아파트 분양의 최대 난관은 주변 주민들의 반대다.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이곳의 공공분양을 반대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는 원래 서울시가 민간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고 속은 바로 옆에 저렴한 신축 토지임대부분양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토지임대부아파트는 주변 아파트시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산 가치의 하락을 반길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본성에 충실하다.

그러나 명분이 약하다. 본인들이 사유재산을 지키려 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서울시도 서울시가 보유한 땅을 공공의 이익에 활용할 권리를 갖는다. 그 땅의 사용 권한은 서울시가 갖고 있고 한두 사람의 이익이 아닌 서민을 위한 저렴한 아파트를 짓는다는 공익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주민들의 반대는 자유시장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만약 공사를 강행한다면 서울시청 항의 방문에 공사차량 진입 저지, 공사현장 점거 등 대응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표를 의식한 해당 구청장들과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거는 거의 '당초 약속이 아니었다' '인근 주민들과 사전 상의하지 않았다' '다른 도시기반시설을 들여야 한다' '구청 나름의 계획이 서 있었다' 등이다. 모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의 진짜 반대 이유는 싼 아파트가 분양되면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하락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층적 선민의식도 문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공공임대 아파트가 내집 주변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해왔다. 심지어 장애인복지시설이나 특수학교 건설을 극구 반대해왔다. 최근 들어 일부 자성과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토지임대부아파트 분양을 반대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님비(NIMBY)현상이다. 한마디로 '놀부 심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보루는 공정한 경쟁, 책임, 약자에 대한 배려다. 김 사장의 실험이 성공하면 서울 집값 안정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므로 서울시와 정부는 더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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