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가격에 정부 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 차이는 2.02%p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2%P를 기록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반해 금리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8일 기준 3.8~5.16%다. 9월 말에는 3.22~4.72%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98~4.53%에서 3.45~4.83%로 올랐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의 금리는 8일 기준 1.1~1.5%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9월 말과 비교해서 변동이 없고 0.35%p 가량이 가장 많이 오른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증가율 억제 정책으로 대출 취급에 필요한 재원인 예금 고객을 모집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국내 물가상승 우려 등으로 유가증권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656조6404억원(법인 자금 포함)으로 나타났다. 9월 말(632조4170억원)과 비교해 한 달여 만에 24조2234억원 증가했다.
금융소비자들은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기준 13354명의 청원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금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며, 정부의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지방은행장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대출총량규제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물론 정부가 금융당국에 총량규제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 과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며 "그래도 가격에 정부 당국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당한 제약이 있다. 금리 추이는 이미 저희가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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