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지금의 檢개혁은 朴정부 충성 검찰을 文정부 충성으로 바꾸는 개악"

文정부, 인사권 통해 검찰 개혁… '대장동 의혹' 이재명 수사가 그 방증
독일, 정치권 검찰 개입 언론이 통제… 미국은 인사청문회 엄격하게 운영
균등·공정 말해놓고 인국공 사태로 기회 빼앗긴 취준생들만 엉뚱한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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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지금의 檢개혁은 朴정부 충성 검찰을 文정부 충성으로 바꾸는 개악"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수결, 다원주의의 이름 아래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남북전단금지법, 5·18특별(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임대차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문재인 정권 들어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과연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합당한지 강력한 의문이 제기된다. 문 정부가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지금의 여권은 입법폭주를 계속할 수 있다.

헌법 가치와 정신이 훼절되는 오늘의 사태를 가장 안타까워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장 교수는 기회있을 때마다 헌법의 가치 존중과 헌법 수호를 강조했다. 이는 곧 헌법을 빙자한 지배, 즉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망령이 나라 안에 배회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장 교수는 헌법의 주인으로서 국민이 헌법을 더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좋은' 헌법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헌법은 여러 가지 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있고 어느 하나만 똑 떼어서 말할 수 없지만, 결국 인권과 국민기본권, 권력구조의 합리화"라며 "초정보화 초연결, 디지털 4차산업혁명 시기에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청와대 정부'는 국가 번영을 기약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개발독재 시절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의원내각제를 제안했다. 무능과 부패, 비효율이라는 딱지가 붙여진 의원내각제는 지난 60년간 편견과 여론으로부터 '집단적 따돌림'을 당했다고도 했다. 견제와 균형, 합의가 필요한 의원내각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결적 정치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재발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민주주의가 '다수주의' 전제로 타락할 때 국민주권, 인권, 자유와 공정, 사법부 독립, 권력분립 등이 붕괴되고 전체주의가 도래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것을 "현재적 다수보다는 인류 역사의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검증된 '역사적 다수'가 우선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 교수 연구실에서 가졌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논리가 딱딱 떨어지는 장 교수의 설명을 듣는 것은 마치 완성미 넘치는 독일 교향곡을 듣는 것 같았다.

대담=이규화 논설실장



-법치와 공정, 정의가 무너졌다고 체감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저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서는 솔직히 감동했었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너무 실망하게 됐어요. '진심에서부터 우러나와서 행할 강한 의지를 가지고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후 일어난 일들은 그와 반대되는 것이 많았어요. 대통령 되면 이제 '청와대 정부' 안하겠다. '내각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취임하자마자 바로 번복됐습니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이건 공약이기 때문에 못 바꾼다 하면서도 자기들한테 필요한 것은 또 쉽게 바꾸지 않았습니까. 공정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하거든요."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공정'이 있었지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국공 사태가 그런 것이죠. 비정규직으로 있는 사람은 불쌍하니까 정규직화 해라 그런 거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처우가 낮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맞지만 그 이면에서 정규직이 되고자 준비하며 대기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거거든요. 이게 취임사에 얘기했던 '기회는 균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말과 안 맞는 거지요. 지금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 전반의 움직임이 어떤 근본을 성찰하기보다는 표피적인,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그게 정의이고 공정이다 생각하죠. 그 이면에서 엉뚱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고요.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변호사, 검사 출신 법조인입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시대에 리더십으로 적합하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늘(10일) '법기술자'들은 미래 리더십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정치 지도자 본인이 전문가가 돼서 국가의 모든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결국은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거고 자기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유능한 인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겁니다. 그게 정치지도자의 역할이지 본인의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안 대표가 그런 말씀을 했는데, 자기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건 좋지만, 본인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현상 말씀인가요.

"과거에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굉장히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는데, 지난 10년 사이에 확 가라앉은 이유가 무엇인지 안철수 대표도 스스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실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현재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어떤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이런 것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검찰총장 역할은 했지만 정치 지도자로서 검증 안 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몰리는 건 예전에 안철수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기성 정치인보다는 좀 새로운 인물이 정치판 자체를 바꾸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가 된 후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가 공정했는지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부분이 과연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저는 회의적입니다. 일단 조국 사태는 접어두더라도 박 장관 말처럼 균형 있게 얘기를 한다면, 지난번 최순실 박근혜 수사 때는 그 이상으로 파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또 왜 수사를 제대로 않고 있느냐고 물을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균형과 평등을 얘기한다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겠느냐, 저는 그걸 반문하고 싶습니다."

-지난 4년 반을 되돌아보면 명분은 거창하게 내세웠지만 실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것이었던 게 한둘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검찰 개혁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 중 하나가 검찰 개혁입니다. 사실 검찰 개혁 얘기는 수십 년 동안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이번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고 국민들이 초기에 거기에 대해서 찬성했던 겁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을 인사권을 통해서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인사권을 통해 개혁한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인사권자에게 충성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 말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대장동 의혹 관련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보여주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결국은 박근혜 정부에 충성하던 검찰을 문재인 정부에 충성하는 검찰로 바꿔놓겠다는 겁니다. 그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처'가 되었다시피 하며 윤석열 후보 뒤지는데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가 말하고 행한 것 가운데 흔히들 내로남불이라고 얘기를 하는 게 있잖아요. 표리부동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검찰개혁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실질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되느냐 당연히 정부가 져야지요. 단적인 것이 공수처입니다. 독립성이 확보가 안 됐어요. 이는 공수처법 만들 때부터 계속 논란이 됐던 부분이거든요. 독립성이 보장되려면 인사권자의 개입이 배제돼야 됩니다. 그런데 인사권자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처장이 되잖아요. 감사원 같은 경우도 법률로 독립기관이라고 못 박아놨지만 대통령 눈치를 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저번에 개헌 논의 과정에서도 심지어 대통령 개헌안에서조차도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이 아니라 독립 기관화하자는 안이 나왔던 겁니다. 감사원을 독립 기관 한다면서도 원장 임명은 여전히 대통령이 한다는 것은 또 변함이 없거든요. 외양만 바꿔서는 안 됩니다."



-내년 대선에서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공수처를 없애야 할까요.

"지난 정부에서 만든 걸 무조건 없앤다면 또 반작용이 일어날 겁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권이 독단적으로 하기보다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문제를 해결해야 뒤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설사 두더라도 이대로는 안 됩니다. 인사권자의 개입을 배제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공수처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지 지금 이 정도 조직과 규모 가지고서 수많은 사건을 다룬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기껏 만들어놓고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 셈입니다.

"검찰의 전체 규모가 한 3000명 가까이 되는데, 공수처는 지검 정도, 그것도 작은 지검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서울에 4대 지검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도 검사수가 보통 한 100여 명 되거든요. 중대 사건들을 수사할 때 투입되는 검사들 규모가 최소 50명 많게는 100명까지 가거든요. 그런데 지금 공수처는 인력 다 투입해도 안 돼요."

-수사력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문성도 떨어집니다. 베테랑 검사들과 수사경력이 별로 없는 사람들의 수사력은 천지 차이입니다. '일하라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공수처 검사들은 확실히 베테랑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공수처법을 제정한 이유가 민변 출신들 쓰기 위해서 아니냐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까요. 민변 출신을 뽑아서 정권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유능한 수사검사를 뽑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검찰개혁은 계속 추진해야 하는 겁니까. 앞으로 과제는 무엇입니까.

"그건 어떤 개혁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진행형이죠. 기본적인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던 거고요.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을 만드는 것인데 오히려 정권에 예속되는 검찰로 가니까 이 방향이 거꾸로 된 거죠. 검찰이 자기편의 수족이 되어주면 그건 좋은 일이니까 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권에 좋은 쪽으로 되는 거지요. 야당에게는 정말 뼈아픈 일이지만요.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 정권 입장에 있어서는 좋은 일이니까 개혁 방향이 뒤틀리는 겁니다. 야당일 때 비판하다 여당이 되고 나면 그냥 넘어가고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야 되거든요."

-검찰 제도가 잘 운영돼 우리가 본받을 나라는 어떤 나라가 있나요.

"독일 같은 경우는 비교적 잘 되는 편입니다. 검찰 통제 장치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검찰에 개입하는 것이 언론에 의해서 굉장히 엄격하게 통제가 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선거나 어떤 정치 바람, 이런 것들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기복이 굉장히 심합니다. 그게 미국 검찰의 약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보다는 낫다고 얘기할 수 있는 분명한 점은 인사청문회제도입니다. 우리는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유명무실하지요. 여당은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은 무조건 찬성이지 않습니까. 미국은 그렇지는 않거든요. 인사청문회가 비교적 엄격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사람을 걸러내는 기능을 제대로 하는데 우리는 그걸 못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우리가 철저하게 보완해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악화된 것 가운데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법부의 정권 예속화인데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검찰이나 공수처가 문제 되는 것처럼, 대법원장,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다 보니 예속화되는 겁니다. 문 대통령 임기 초반에 대법관의 3분의 2 정도를 교체했습니다. 대법관 임기가 6년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어떤 경우는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할 확률이 별로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번 경우에는 교체비율이 너무 높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대법원장부터 시작해 우리법연구회이니 국제인권법연구회니 하는 쪽의 편향성이 얘기되는 겁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판결도 논란이 많은 판결이었습니다. 나중에 권순일 대법관이 대장동 의혹 중심인물을 여러 차례 집무실에서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까요.

"이재명 선거법 판결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실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는 거기서 끝났으면 이번 선거에도 나오지도 못했을 텐데요. 또 권순일 대법관이 판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갖 얘기들이 다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물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대법원 전체가 물갈이 됐다는 건 굉장히 사법부의 예속화를 가져오는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는 종신직이니까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더라도 대통령 임기 동안에 대법관 한두 명 가는 정도입니다. 대통령의 영향이 적죠. 그런데 우리는 산술적으로만 계산을 해도 5년 임기 6년 임기니까 6분의 5는 임기 중에 교체가 되는 거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고쳐야 된다고 해서2017년 국회 개헌특위에서 얘기들이 굉장히 강하게 대두됐습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을 고치자는 거였죠."

-어떤 방식 있나요.

"독립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하면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만 임명하는 겁니다. 가부를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닌 겁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본인이 좋아하는 이용훈 전 대법관을 발탁해 대법원장에 임명했거든요.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된다고 하지만 여당은 무조건 자기편이니까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겁니다. 그럼 그 사람은 대통령 편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대법원장 대법관으로 앉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사업부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겠는가 굉장히 회의적이죠. 결국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대통령이 형식적이고 의전 상으로만 임명하고 실질적으로는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경우도 있지만 전효숙 씨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겠다고 해서 도대체 말이 되느냐 하고 난리 났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런 식이면 사법부의 독립은 요원한 겁니다. 인사권의 독립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의 출발이자 완성입니다."

-교수님은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오셨습니다. 특히 권력구조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논리를 펴시는데요.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 두 사람 다 개헌에 소극적입니다.

"결국 내 스스로 내 권한을 왜 축소시키겠습니까. 그게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게 임기 5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역사가 달라질 수 있는 그런 부분이라는 겁니다. 지금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임기 중에 권한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차기 대통령부터 하도록 하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그래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헌을 논할 때 주로 권력구조의 개편을 얘기하는데 국민의 기본권이나 인권 조항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교수님이 평소 강조하셨듯이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맞춰야 할 텐데요.

"헌법은 여러 가지 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똑 떼어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분들은 왜 자꾸 권력 얘기만 하냐, 국민의 인권 내지는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역사적인 발전을 통해서 나온 것처럼 권력이 오남용 되면 인권이 침해됩니다. 결국 인권 보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권력구조의 합리화입니다. 이 두 개가 별개인 것처럼 생각하는 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간과한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여러 번 얘기를 했었습니다만, 이제 '청와대 정부'라고 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시대가 됐습니다. 경제 활동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청와대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은 개발독재 시절의 모델이거든요. 개발독재를 비판하면서 청와대 정부는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헌법이 사회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라든지 산업 구조의 변화,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20세기 중반에 적용되던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진 21세기에 성공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박정희 정권에서 개발 독재가 나름의 성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때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물적 자원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골고루 다 해가지고서는 어느 세월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겠느냐는 것이었죠. 몇 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그동안에 좀 허리띠 졸라매고 그럼으로써 성장하면, 그 성장의 효과를 주변 분야로 확산시키는 시스템으로 했던 거고 그게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겁니다. 근데 오늘날에는 그때와는 인적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풍부해졌거든요."

-다양성 면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령 20세기에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재들을 청와대에 모아놓고 '니들이 가장 똑똑하니까 한번 해 봐' 그랬거든요. 지금은 청와대에 모여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입니까? 전혀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이끌고 가겠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리 사회는 매우 다양하고 다원적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어떤 문제는 해당 분야의 기업이나 기업 연구소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어떤 문제는 대학의 전문가가 제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문제는 정부부처 내에 전문가가 있고 그렇습니다. 적극적으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정부가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 일일이 규제함으로써 더 좋은 경제 환경을 만든다는 건 시대착오적 생각입니다." <2부로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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