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협회가 서울 여의도 금투협 불스홀에서 개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기준 관련 세미나'에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은 근본적으로 자율 규범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처벌하기보다 잘 지켰을 때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제도의 도입 배경과 법적 성격'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송 교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의 하나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규정하고, 시행령과 감독규정에서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지만 자율규범으로서의 법적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만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송 교수는 또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우리은행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판결을 인용하면서 "금융사고 발생 후 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던 내부통제기준이 있었어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후적인 문제 제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내부통제기준 관리의무, 즉 준수 의무를 대표이사(CEO)에게 부여한 것이 징계의 근거를 마련해 우리은행 1심 판결의 결론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내부통제기준) 준수 관리의무도 역시 전반적인 주의의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27일 우리은행 1심 판결에서 "법령이 규정한 문언적 내용이 일단 다 포함됐다면, 그 운영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 등이 빠져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사후적으로 평가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돼야 할 법정사항을 흠결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맹주한 변호사도 주제발표에서 "내부통제는 자율규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금융감독당국이 개입하여 제재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금융당국의 개입을 허용한다면 최소한 법령이나 금융당국에 의해 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 변호사는 "금융회사 내부에서 자율규범으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규정한 지배구조법 제24조의 조항을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결과책임을 묻는 수단으로 전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맹 변호사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내부통제기준의 자율규범으로서의 성격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면서 "제재 조항을 삭제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조항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덧붙여 맹 변호사는 "내부통제기준을 제재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법령이나 금융당국의 행정규칙에 의해 구체적인 항목이나 유형별로 세부적인 내용이 사전에 제시돼 금융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 다음 이를 위반한 경우에 제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내부통제제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금융사고의 효율적 예방을 목표로 발전했으며, 임직원 제재에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신윤철 미래에셋증권 컴플라이언스본부장은 "금융소비자 피해 사고 유무에 따라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 SG증권 준법감시인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내부통제기준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내부규범 위반에 대한 타율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국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내부통제기준 내용 중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내용은 법령에서 직접 의무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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