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흔, 다른 미래에 도전하다" 나이 전공 무관, 데이터혁신에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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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세상에서 꿈을 키우다>  <2> 마흔, 다른 미래에 도전하다"   나이 전공 무관, 데이터혁신에 빠졌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 유현준씨 안경애 기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결정적인 순간은 때로 우연처럼 다가온다. 유현준(39)씨에게는 2019년 10월 31일 아침이 그랬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미디어보드에 뜬 'SW(소프트웨어) 인재 300명 키운다'는 기사 제목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새로 문을 여는 SW 개발자 양성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관련 뉴스였다.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KT계열사 경영기획 부문 등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유현준씨에게 SW는 멀고도 가까운 세상이었다. 회사가 IT 기반 사업을 펼치지만 문과 출신 경영기획부서 직원은 SW와 친숙해질 기회가 적었다.

유씨는 "SW가 세상을 바꾸고 AI(인공지능)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비해 공부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단기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제대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모집은 바로 다음날인 11월 1일부터 시작됐다.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5~10년 후를 생각했을 때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이나 전공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에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논리력과 기억력을 검증하는 사전 온라인 테스트를 몇시간 만에 통과하자 한달간의 집중 예비과정인 '라피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씨는 "직장생활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면서 "새로운 곳에서 도전을 통해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입소를 원하는 대기자가 몰리면서 그는 1년 후인 작년 11월 3기 2차로 입소했다. 1년간의 고민과 준비 끝에 회사는 휴직을 결정했다. 라피신 과정은 고난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유씨는 "라피신은 자꾸 포기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옆에 있는 동료보다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운영된다. 일종의 정신교육 과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C언어의 특성 정도만 파악하고 간 그에게 라피신에서 주어지는 과제는 난제에 가까웠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말도 잊고 새벽까지 매일 15시간 가까이 과제에 매달렸다.

그는 "첫 과제가 검은 터미널 창에서 특정 명령어를 수행하는 것인데, 비전공자로선 파악이 힘들었다. 그런 과제가 계속됐다. 처음 만난 외계어를 깊이 있게 파악하면서 빨리 진도를 나가야 했다"고 밝혔다.

믿을 것은 구글링과 주변의 동료들뿐. 그는 동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눈을 떠갔지만 상당수는 '나만 못 하는 느낌'을 이겨내지 못 하고 중도 포기를 하기도 했다.

유씨는 "포기한 이들의 심정을 이해했지만 맘먹고 해보기로 했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주로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부분의 과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유씨는 "대부분이 통과하라고 주는 과제가 아니라 못 하라고 주는 문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끈기와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더라. 할 때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어떻게든 해 나갔다"고 밝혔다. 평가기준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작위로 연결된 동료와 팀을 이뤄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동료평가를 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익혀갔다. 고난도 과제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면서 실력은 빠르게 향상됐다.

유씨는 "1년 만에 컴퓨터 언어가 외계어에서 모국어에 가까워졌다. 프로젝트 수준도 많이 올라갔다. 이제 한두달 걸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언어도 C언어에서 C++, 파이썬, 자바로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다양한 기업연계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원티드랩의 스타트업 채용연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기업의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10년간의 현업 경험에 데이터 분석 능력을 더하면 자신만의 주무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하면 숫자와 데이터를 재료로 기업의 장기비전 수립과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현업의 도메인 지식과 데이터 분석능력을 토대로 다각적인 인사이트와 가치를 연결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의 휴직을 끝내고 퇴사를 결정한 그는 SW 개발자라는 '인생 2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밖에서는 SW라는 숲만 보였는데 이곳에 들어와서 명확한 길을 볼 수 있었다. 데이터 분석에 집중해 나만의 전문성을 쌓고, SW가 바꿔놓는 세상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면서 "SW세상에 들어와 보니 역시나 대단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회의 땅에서 다른 실력자들과 함께 활약하며 세상을 바꿔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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