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바이든의 `컨테이너겟돈 게임`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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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바이든의 `컨테이너겟돈 게임`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이젠 '컨테이너겟돈'이란 말까지 나왔다. 말 만드는 데 능한 이들이 참 많다. 컨테이너와 인류 최후의 전쟁이란 뜻의 아마겟돈을 합쳐 작금의 물류대란을 절묘하게 빗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망가뜨렸다. 백신 공급으로 세계 경제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무너져버린 공급망은 단기간에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미국 전체 수입품의 4분의 1이 들어오는 LA항과 롱비치항엔 하역하지 못한 화물선 100여척이 둥둥 떠 있는 사진이 전해졌다. 마치 항모 전단을 연상케 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의류, 가구, 전자제품, 장난감 등을 가득 실은 배가 도착했지만 컨테이너는 땅을 밟지 못했다. 하역인력 부족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된 지금, 살벌하기가 역대급이다.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품이 최대한 진열대에 빠르게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곳곳마다 벌어진 물류대란을 놓고 바이든의 절박감이 느껴진다.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아찔할 거다. 자칫 굼뜬 대응을 했다간 밑바닥으로 내려간 지지율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컨테이너겟돈'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카락이 쭈볏쭈볏 선다. 경제의 혈관이랄 수 있는 물류가 흐르지 않고 마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초비상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월마트, 코스트코, 홈디포는 앞다퉈 선박 수배에 나섰다. 수출을 위해 단 한 번도 선박 따윈 빌려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이들이 선박 대여에 지불하는 비용은 하루에 1억6000만원이다. 물류업체 요금의 두 배 이상이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은 아예 대형 화물기 구매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개인의 아수라판 생존 전쟁을 그렸다면 '컨테이너겟돈'은 국가간의 물류전쟁과 비견된다. 재료와 부품난은 심각하고 일할 사람은 찾기 힘들다. 물류망이 툭툭 끊어졌다. 글로벌 물류대란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한파처럼 차갑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흥미로운 기사를 내보냈다. '노동자 430만명이 사라졌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컨테이너겟돈'을 불러온 요인을 분석했다. 미국에서 지난 8월 직장을 그만둔 노동자는 430만명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최대규모다. 그런데 같은 달 구인 건수는 1044만건이었다.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기업은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노동자의 위상이 높아졌다. 노동자들은 달라진 지위를 이용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거나 새로 노조를 결성하려는움직임도 활발하다.

WSJ는 구인과 구직 불일치 요인으로 어린이집 일손 부족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린이집 노동자가 감소해 일부 부모들이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시적으로 늘어난 실업수당도 구직자들의 일자리 복귀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인력난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이 여파로 한국도 글로벌 물류대란의 된서리를 맞았다. 해상 물류난으로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수입 치즈와 피클, 커피 원두 등 원재료 수급은 언제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물류 대란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류 대란 등 공급망 차질을 들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0%에서 6.0%로 1.0%포인트 낮추기까지 했다.

'컨테이너겟돈'과 관련해 바이든에게 다시 시선이 모아진다. 바이든이 노조와 긴 협의 끝에 7일 24시간 하역체제에 들어갔지만 문제 해결엔 역부족이다. 밤낮없이 하역작업을 하더라도 주당 350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정도다. 두 항구에 쌓여 있는 150만개를 다 처리하는 데는 90일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등엔 벌써부터 진열대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역작업이 늦어질 경우 크리스마스 스웨터 선물은 내년에 받으라는 말도 나온다. 지지율이 트럼프에게도 밀린 바이든이 '컨테이너겟돈'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할 수 있을까. 지구촌 사람들은 그 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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