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전세대출을 어찌하오리까 `딜레마`에 빠진 금융당국

전세대출 DSR대상 가능성 무게
결국 청년·서민만 대출한도 줄어
예외두면 대출 폭증사태 못막아
실수요자와 가계부채 사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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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전세대출을 어찌하오리까 `딜레마`에 빠진 금융당국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을 옥죄자니 전세대출 실수요자들이 울고, 전세대출을 풀어주자니, 가계대출 위험도가 커지고…'

금융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말 그대로 'To be or not to be'(존재냐, 부존재냐)의 양극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햄릿형 고민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내주 중에 이 문제의 답을 내놔야 한다. 햄릿형 고민이지만, 햄릿처럼 모두가 죽는 비극이어서는 안 된다. 가계대출도 적당히 억제를 하고 전세대출 실수요자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과연 금융당국은 비극적 종말을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을까?

17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전세대출 규제 정도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정책금융기관의 은행 보증비율 축소 등 다양한 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면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 이은 당국의 이번 가계대출 규제는 'DSR 규제 강화'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현재까지는 규제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이 DSR 규제가 적용된다.

당국은 이 규제 적용대상을 더 확대해 차주별로 소득에 맞춰 대출 총액이 규제받도록 하겠다는 의중이다.

문제는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전세금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2년간 집주인에게 맡겨두고 돈을 빌린 차주가 이자를 은행에 내는 식이다. 전세 약정이 끝나면 은행은 집주인에게 돈을 돌려받으면 돼 예금담보 수준으로 부실우려가 적다.

그래서 현재 전세대출은 금리도 낮고 대출도 간편하다. 하지만 한 곳의 집주인이 다른 곳에서는 세입자인 게 국내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다. 즉 당장 필요가 없어도 낮은 금리의 전세대출을 받아서 쓰고 정작 자기 돈은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국이 전세대출을 DSR규제 대상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대출 한도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청년이나 서민층에 대한 한도가 소득이 높은 계층보다 더 줄어든다.

결국 없는 서민만 전세대출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에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등 정책기관의 보증비율 축소를 통해 우회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하지만 정책기관의 보증비율이 내려가면 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리스크에 대비할 게 자명하다.

게다가 은행들이 아파트보다 돈을 떼일 우려가 높은 도심 외곽지역의 빌라 등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여 서민들이 대출 승인 자체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주문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취약계층의 피해 발생 우려도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1~9월 증가한 가계대출의 절반이상이 전세대출인 만큼 규제 대상에서 빼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세대출 규제는)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

황두현기자 au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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