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터지는 해외여행, 최고의 목적지는?[이규화의 지리각각]

최근 트래블버블 상품 완판 행진
여행사 정상 출근, 상품 리뉴얼
글로벌 살기좋은 도시 순위 변화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양상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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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터지는 해외여행, 최고의 목적지는?[이규화의 지리각각]
최근 속속 재개되는 해외여행상품 판매가 경주마가 출발신호 나자마자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모습처럼 폭주 중이다. 미국령 사이판을 여행하는 상품이 하루 만에 완판되고 대기자 명단까지 등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령 괌과 사이판을 관장하는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연말까지 사이판 여행을 예약한 한국인이 4000명을 넘어섰다. 아직은 한정된 국가에 제한된 인원의 패키지여행이지만 1년 10개월 만에 여행사, 항공사, 공항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여행사 1위 하나투어는 이달 1일 전 직원을 정상 출근시켰다. 이밖에 주요 여행사들이 유·무급 휴직 중이던 직원들을 정상출근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여행사 예약사이트와 예약전화는 여행상품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여행사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평균 30% 안팎으로 뛰었다.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좌석 판매도 서서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상품에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다. 국내 백신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어서고 정부가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을 맺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타의로 움츠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닫았던 국경을 열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7일 구체적인 위드 코로나 날짜까지 밝혔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다음달 9일 이후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시작해볼 수 있다"고 했다. 바야흐로 2년 가까이 묶였던 해외여행의 고삐가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목적지도 가까운 아시아에 머물지 않는다. 참좋은여행은 1년 10개월 만에 유럽 패키지여행을 8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일상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여행의 문이 열려 그동안 좀 쑤셨던 해외여행 버프들 중심으로 수요가 터지긴 했으나 정상화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여행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수요를 조속히 견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해외여행도 이전과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중적 여행지보다는 세분화된 문화, 역사, 음식, 이벤트, 액티비티를 갖춘 맞춤형 여행상품과 여행지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는 여행상품의 전면 리뉴얼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지가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을까. 같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여행의 참맛을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곳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실은 여행목적지를 선택하는 과정 그 자체가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세계적 여행 전문지들이 '올해 최고의 데스티네이션(행선지)'라는 식으로 발표하는 순위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또는 한꺼번에 여행객이 몰려 오히려 여행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순위를 매기는 데에 상업적 유인(誘因)이 작용하는 면도 없지 않다. 대신 글로벌 도시 평가업체나 기관들이 해마다 내놓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는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어떤 유인도 없는 객관적인 지표다.

여행은 도시에서 시작하므로 이들 평가기관들이 내놓는 데이터는 유용하다. 대표적인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랭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미국의 세계적 컨설팅그룹 머서(Mercer),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Monocle)이 매년 발표하는 랭킹이다. 세 곳의 랭킹 변화를 통해 살기 좋은 도시, 여행하기 좋은 도시가 어디인지 알아본다.

그 전에 신뢰도 높은 여행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가 최근 선정한 '미국 최고의 도시'(The Best Big City)를 살펴보자. 독자 80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토대로 매긴 순위에서 시카고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시카고는 건축적 광경(光景), 뮤지엄, 음식 등으로 호응을 얻었다. 2위는 뉴욕, 3위는 뉴올리언스이고 차례대로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호눌룰루, 내슈빌 순위였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복합적 성격의 시카고와 뉴욕을 제외하면 저마다 색깔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여전히 여행객들은 그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적 예술적 역사적 요소에 이끌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EIU가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살기 좋은 도시 랭킹(Global Liveable Ranking)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감안돼 예년과 다른 순위가 나온 적 있다. 1위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였다. 오클랜드는 EIU가 코로나 확산으로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 2020년 직전 2019년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이었다. 오클랜드가 1위에 오른 것은 뉴질랜드가 코로나 방역이 잘 된 도시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EIU가 평가하는 안정성, 의료건강, 문화, 환경, 교육, 인프라 항목 가운데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영향은 역시 뉴질랜드의 수도이자 소도시 웰링턴(공동 4위), 오사카(2위), 도쿄(공동 4위)의 순위를 끌어올렸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호주의 애들레이드(3위), 퍼스(6위), 멜버른(공동 8위), 브리즈번(10위)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10위 안에 든 유럽 도시는 스위스 취리히(7위)와 제네바(공동 8위)뿐이었다. 2021년 순위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캐나다와 북유럽의 도시들이 대거 순위에서 밀린 것은 코로나 감염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스트코로나 이후엔 전통적 상위 랭커들이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10위 안에 코펜하겐, 벤쿠버, 캘거리, 비엔나가 랭크됐었다.

머서의 최근 2019년 순위(Mercer Liveable Cities Index)를 보면 역시 대양주와 유럽, 캐나다의 강세가 눈에 띈다. 1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였다. 다음 순위는 차례대로 취리히, 벤쿠버, 뮌헨, 오클랜드,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 코펜하겐, 제네바, 바젤 순이었다. 비(非) 유럽과 대양주 캐나다 도시 중 가장 높은 순위에 랭크된 도시는 아시아의 싱가포르로 18위였다. 머서는 안전, 교육, 위생, 의료건강, 문화, 환경, 오락, 정치경제적 안정성, 공공교통 등 39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뉴욕을 100으로 놓았을 때 각 도시는 몇 점인가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범죄율이 낮으며 정치적으로 안정된 선진국 도시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요도시들이 상위에 랭크되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범죄율과 허술한 공공교통 때문이다.

모노클의 살기 좋은 도시 순위(Monocle's Quality of Life Survey) 역시 안전, 공공교통, 환경 측면을 주요 항목으로 보지만 여행객 입장에서 고려하는 국제적 연결성, 기후, 문화적 인종적 관용(tolerance), 도시 디자인 등을 항목에 넣어 조사한다. 2021년 순위를 보면 1위에 코펜하겐이 선정됐다. 2위부터 차례대로 취리히, 헬싱키, 스톡홀름, 도쿄, 비엔나, 리스본, 오클랜드, 타이페이, 시드니가 10위 안에 들었다.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 아래 11위가 서울이라는 점이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상위 랭크 도시들에 끼어 최근 각종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랭킹에서 점차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

여행지 선택은 보통 여행의 목적, 개인이나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취향의 공통분모로 정해진다. 요즘은 남이 안 가본 곳만을 찾는 여행 버프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런 나홀로 여행객들이 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살기 좋은 도시 선정 기관들의 조언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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