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삼성생명 제재안 수개월째 검토만…올해 넘기나

대주주 부당지원건 법령해석위서 논의
올해 안건 검토 소위만 여섯 차례 개최
금융위 수개월 미루다 자문기구로 넘겨
정치권에서는 ‘삼성 봐주기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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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삼성생명 제재안 수개월째 검토만…올해 넘기나


금융당국이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 등 삼성생명 징계안에 대해 수개월째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업계 안팎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당국이 여러 쟁점사항을 논의하느라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시간을 확보했지만 제재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은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 징계안 쟁점 중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여부와 관련해 이날 열리는 법령해석심의위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전사적자산관리(ERP) 시스템 도입을 위해 지난 2015년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삼성SDS와 1561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삼성SDS는 당시 계약서에 적힌 완성 기한 내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지 못해 사업이 반년 가량 지체됐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계약에 따라 그룹 계열사인 삼성SDS에서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을 부당지원으로 판단했다. 보험업법 111조는 보험회사가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보험사에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매매·교환·신용공여·재보험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건과 함께 삼성SDS 부당지원 건에 대해 삼성생명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의결하고, 금융위에 삼성생명에 대한 과태료·과징금 부과를 건의했다.

하지만 징계안을 넘겨받은 금융위는 현재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5차 안건 소위 이후 최근 4개월만에 논의를 재개했다. 금융위 안건소위는 정례회의에 올라갈 안건들을 미리 조율하는 곳인데, 안건 소위만 지난 3월부터 6개월 넘게 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위 안건 소위가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에 앞서 지난해 11월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으로 금감원 기관경고를 받은 한화생명이 두 차례 안건 소위 후 징계가 확정된 것과 비교하면 통상적으로 걸리는 기간보다는 늦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생명에 대한 징계 의결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법적인 이슈가 있어 여러 쟁점을 보고 있다며 의결을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을 법령해석심의위에 넘겨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 법령해석심의위는 지난 8월 암보험금 미지급건에 이어 이번에는 대주주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법령해석심의위 회부가 삼성생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 안건 소위는 한화생명의 사례처럼 통상 두 차례 개최되는데다 법령해석심의위에 자문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으로선 시간을 번 셈이다. 또 앞서 암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서는 의사 자문없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약관 위반이 아니라는 삼성생명에 유리한 결론이 내려졌다.

법령해석심의위는 금융위 자문기구로,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금융위가 그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된 점도 제재 수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는 요인이다.

최근 금융위 안건소위 위원 절반이 교체되면서 검토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건 소위가 다섯 차례나 열린데다 교체된 인원이 다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론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정례회의로 가는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대법원에서 금감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판결이 나온 것도 금융당국이 고심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다른 결론을 내린다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금융위가 삼성생명 암보험 제재 안건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수개월을 끌어온데 이어 뒤늦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월 고 위원장 후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후보자에게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고 후보자는 암보험 제재 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바 있다.

안건 처리 지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제재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제재 대상 금융회사의 로비 개연성과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안건을 조속히 처리하고 안건소위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제재심의 최종 판단에 자회사의 신사업 진출 여부가 달려있다.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 절차가 길어지면서 자회사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허가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만약 금융위 의결에서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김수현기자 ks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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