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장 디딤돌 ‘ICT R&D 혁신바우처’] "식품포장기 기술개발 6년, 글로벌 진출 기회 잡았죠"

<기업성장 디딤돌 ‘ICT R&D 혁신바우처’> 세창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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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성장 디딤돌 ‘ICT R&D 혁신바우처’] "식품포장기 기술개발 6년, 글로벌 진출 기회 잡았죠"
박상현 세창실업 이사가 자동 음료포장 실링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안경애기자

대전 남동부의 남대전종합물류단지 내에 자리 잡은 세창실업. 물류창고 안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박상현 세창실업 이사가 자동 음료포장 실링기를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예열을 거쳐 종이컵을 기기 전면의 거치대에 놓자, 자동으로 내부로 투입돼 순식간에 포장 필름이 씌워져 나왔다. 열을 가하는 히터모듈이 컵에 필름을 접착시켜 밀봉해 주는 방식이다. 흔들려도 문제가 없도록 필름에는 탄산만 미량 빠져나가고 음료는 안 새는 미세한 기공을 내는 '마이크로펀칭' 기법이 적용됐다.

박 이사는 "컵 크기가 제각각이어도 거치대만 갈아 끼우면 된다"면서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 쓰이는 가장 큰 크기의 44온즈 콜라 컵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세창실업은 직원 20명, 연 매출 60억원 규모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제조기업이다. 식품·외식산업과 전자산업용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던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식품포장기 개발에 도전했지만 난관의 연속이었다.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던 소기업이 기기를 독자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기술적 완성도가 낮다 보니 AS(사후서비스) 수요가 많았다.

박 이사는 "약 2만개 국내 중화요리 업소의 1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300곳에 공급한 후 판매를 접어야 했다"면서 "기계 하자가 많다 보니 AS 부담이 큰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에 기기 개발을 의뢰했지만 빠른 속도와 성능, 모터 용량을 갖춘 기기 개발에 번번이 실패했다. 기계는 누구한테 맡겨서 개발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얻은 회사는 2019년 직접 개발을 결정했다.

자사 플라스틱 용기를 인식해 작동하는 기기 개발이 목표였지만 관련 기술이 없던 회사는 센싱과 IoT(사물인터넷), SW(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이에스피와 손을 잡았다. 기기설계 기업 에이치엔디에스와도 협력했다. 이 때 이들 기업 팀에 희망이 돼 준 게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R&D 혁신바우처' 사업이다. 기업이 기술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대학이나 연구기관, 다른 기업과 협력해 극복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들 기업은 작년 4월부터 1년간 사업 지원을 받아 'IoT를 활용한 식품위생·친환경 포장서비스 및 자동 식품포장기'를 개발했다.

마침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적인 기업 코카콜라와 맥도날드가 손을 내민 것. 박 이사는 "과제를 시작할 즈음 코카콜라 측에서 자사 핵심 파트너 중 한 곳인 맥도날드에 음료포장기를 공급해 보라는 제안을 해 왔다"고 말했다.

당시 배달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음료 배달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리 뚜껑이 잘 맞아도 흐르고 새서 배달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필름 실링 방식으로 종이컵을 덮어 씌우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필름은 뚜껑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75% 가량 적어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적은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측이 자체 테스트한 결과를 제공하며 기기 개발을 도왔다. 필름 실링을 할 경우 보냉이 잘 되고 탄산이 덜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얼음 희석도 덜 된다는 결과였다. 일부 기업은 대만제 실링기를 도입했지만 오염에 취약한 단점이 있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데다 개발에만 성공하면 시장이 열리겠다는 희망이 생긴 기업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발에 속도를 냈다. 2019년 말부터 설계를 시작한 데 이어 작년 4월부터 정부 지원 하에 기기를 개발, 불과 4개월 후인 8월 중순 맥도날드 2개 매장에 테스트용 기기를 납품했다. 맥도날드 측은 10개월간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박 이사는 "4개월 만에 개발해 테스트를 시작하는 급한 일정이다 보니 주말, 명절, 밤낮 없이 개발해야 했다. 새벽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개선작업을 했다. 다른 햄버거 기업이 대만제 기기를 도입해 큰 배달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급했다"고 말했다.

10개월 테스트 기간에 무수한 보완작업을 거쳐 비로소 올해 6월 합격판정을 받았다. 맥도날드는 약 400개에 달하는 국내 전체 매장 도입을 결정했다. 기기 제조와 공급을 시작한 세창실업은 이달 중 맥도날드 전체 매장 설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 이사는 "특히 혁신바우처 사업을 통해 ICT 기술을 접목한 결과 수요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제가 없었으면 ICT 기술을 적용할 생각을 못 했을 텐데 단비가 돼 준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95% 이상 신뢰 수준의 영상인식 기반 전용 용기 인식모듈을 개발했다. 효율적인 AS를 위해 IoT 기반의 자동 고장진단 및 관리 기술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세계 어디에 제품이 있어도 작동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기기 고장 여부와 고장 부품을 알 수 있다. 부품 교체시기도 알려준다. 그 결과 매장은 기기 문제를 최소화하고 끊김 없는 운영을 할 수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살균장치가 혹시 모를 위생문제도 막아 준다.

맥도날드의 사례가 알려지자 버거킹도 기기 도입을 위해 테스트를 시작했다. 미국, 중국, 호주 등 해외 20여 개국에서 제품시연과 운영테스트를 진행해 코카콜라 본사로부터 성능과 품질도 검증 받았다.

코카콜라의 협력기업이자 글로벌 디스펜서 기업인 랜서와의 협업을 통한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박 이사는 "ICT R&D 혁신바우처 사업은 한 마디로 '뜀틀'이다. 수년간 도전해온 기기 개발에 ICT 기술을 적용해 도약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 등 국내 약 1000여 개 점포에 기기를 우선 공급하고, R&D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 업그레이드 버전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 국내 40만개 가맹점 매장의 1%인 약 4000개 음식점을 1차 목표로 시장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또 종이컵과 실링용 필름을 뗄 때 완전 분리가 되면서 코팅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실링용 종이컵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음료에 이어 도시락 등 음식용 실링포장기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우선 코카콜라에 집중해 세계에 우리 기기를 알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패키징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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