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힌 25만명 중 구속된 가정폭력범은 1%도 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정폭력사범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2만843건이며, 검거 인원은 25만4254명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폭력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셈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에는 5만3511명, 2017년 4만5264명, 2018년 4만3576명으로 감소추세였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2019년은 5만9472명, 2020년은 5만2431명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5년간 가정폭력으로 형사입건된 25만4254명 중 구속된 자는 2062명(0.8%)에 불과했다.
가해자는 남성의 비중이 컸다. 5년간 가정폭력사범(25만4254명) 중 남성은 20만228명(78.8%)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0%(7만6364명)로 가장 많았고, 30대 24%(5만9992명), 50대 23%(5만8572명) 등의 순이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도 연평균 700여명이 가정폭력 가해자로 붙잡혔다.
경찰이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하는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은 올해 6월 기준 전국적으로 1만5089가구로, 위험등급인 A등급 가정만 686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등급인 B등급은 8227가구다. A등급은 △3년간 입건 3회 이상 △3년간 구속 1회 이상 △1년간 신고출동 3회 이상 △긴급임시조치 신청 △보호처분·보호명령 결정으로 선정된다. 가정폭력으로 3년간 입건 2회 이상, 1년간 신고출동 2회 이상이면 가정폭력 우려 등급인 B등급으로 지정된다.
또 눈 여겨 볼 대목은 112신고 건수 대비 검거 건수다. 5년간 112신고 건수는 125만건이 넘지만 실제 검거 건수는 22만여건(17.6%)에 그쳤다.
이 의원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 '부부싸움을 했다'는 식의 가해자의 말을 믿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말을 믿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가해자에게 '공권력이 제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가정폭력이 더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가정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며, 경찰 또한 초동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가정폭력사범과 가족 간 분리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정폭력 위험가정과 우려가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을 하고, 상습범에 대해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최근 5년간 가정폭력사범 신고건수, 검거건수, 검거인원, 구속·불구속 인원. 이은주 의원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