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7일 미국 개발자들과의 집단 소송과 관련해 외부결제 홍보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7가지 사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매출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30%에서 15% 감면하는 정책을 최소 3년 유지하고, 외부 결제 수단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간 애플은 개발자들의 외부 결제수단 홍보를 제한했으나 이를 허용한다며 한 발 물러선 합의안을 보였다. iOS 앱 외부 결제 방식을 사실상 허용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앱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과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개발자들은 2019년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정책을 '불공정행위'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다.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에서 발생하는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자체 결제수단을 만든 이후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앱스토어에서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정책 변화가 인앱결제 강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인앱결제 외 결제 체계를 앱 안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없는 만큼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외부 결제를 직접 허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외부 결제 방법을 안내할 수 있는 길만 열어준 셈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외부결제를 유도하려는 앱 개발자가 외부 안내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을 감당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실제 앱에서 직접 외부 결제로의 연결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이용자들이 기타 결제를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입장문을 내고 "앱 사용 중 앱스토어 외의 다른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정 방식으로 앱 결제를 강제하는 행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자들 또한 이 같은 애플의 합의안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는 "이는 여전히 앱 개발자가 앱 내에서 더 싼 가격으로 다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는 조치"라며 "애플이 앱 마켓의 완전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앱 마켓 사업자가 자체 시스템을 통한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는 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절차만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의결되면 인앱결제 강제를 법으로 제동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를 통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공정 해소 움직임이 세계 곳곳으로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뿐 아니라 앞서 구글도 법안 발의 후 상생기금 마련, 수수료 15% 인하, 정책 적용 시점 연기 등 회유책을 펴면서 시간 끌기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돌연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을 6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는 자동 적용이 아니라 개발자가 연장을 요청하고 구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연장 옵션' 형태로 제공돼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앱 외부 결제 허용은 모바일 앱과 그 외 PC 웹이 별개의 시장이 된 현재 상황에서 거의 실효가 없는 생색내기용 꼼수"라며 "별개 시장인 앱 외부에서 결제하는 등 수요 대체가 많지 않을 것인 만큼 애플 입장에서는 손해는 크지 않으면서 비판받아 왔던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반박하는 묘수를 찾아낸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원래도 가능했던 웹 결제(외부결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개방성을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 법사위의 문턱을 넘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글로벌 플랫폼 앱마켓 규제와 관련된 세계 첫 사례가 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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