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DT현장] "끝났다" 아프간 여성의 절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402102269607001[1].jpg "[DT현장] \"끝났다\" 아프간 여성의 절규")
아프간 명문대 졸업을 앞둔 한 여대생의 일기도 알려졌다. "예쁜 소녀들의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했던 건물은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이곳에서 손톱 손질을 받고 매니큐어를 칠하던 지난날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겠지.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크게 웃는 일도 더는 못한다. 무엇보다 바로 눈앞에 있는 대학 졸업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현실. 너무 기가 막힌다." 그 여대생은 희망은 사라지고 고통과 암울함만 남았다며 울고 말았다.
22일까지 220만명이 조회한 갈래머리의 10대 소녀의 영상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아프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한테 신경쓰지 않아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요" 이란의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시 알리네자드가 트위터에 소개한 영상이다.
아프간 소식들이 시시각각으로 전해져온다. 현금다발을 싸들고 도망친 대통령이 있었고, 유일한 탈출구인 공항에 수천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짓눌리다 사망한 사고도 들려왔다. 특히 어린 생명이라도 살려야겠다며 철조망 너머 미군에게 아이를 던지는 엄마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미국은 '20년 아프간 전쟁'이 더 이상 실익이 없다며 손절하고 말았다. 미국이 공기처럼 빠져나간 자리, 탈레반의 입성으로 아프간 여성들의 내일은 어떻게 그려질까.
일단 과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끝없는 외세 침략과 오랜 내전으로 점철된 아프간의 고달픈 역사는 여성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때 부르카 착용과 외출 시 남성 보호자 동행 말고도 그 당시에 여성은 중등교육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여성은 취업, 정치 등 거의 모든 사회생활로부터 철저히 배제됐다. 심지어 물건을 훔쳤다며 손목을 절단당하기도 했고 불륜을 저질렀다며 공개 돌팔매질로 처형되기도 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여성 인권 시계는 과거의 암흑시대로 돌아간 분위기다. 카불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증발했다. 외출을 삼가며 몸을 꼭꼭 숨겼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흔적을 불태웠다. 졸업장과 자격증이 한순간에 재로 변했다. 행여 들킬까봐 SNS에 올렸던 각종 음악과 사진, 자신이 보냈던 메시지도 정신없이 지웠다. 탈레반의 귀환을 바라보는 아프간인들, 특히 여성들의 두려움은 크고 깊어 보인다.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언론, 여성 인권 등과 같은 사안들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존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있지만 외신으로 전해져 오는 풍경은 그들의 선언과는 달랐다. 한 젊은 여성은 길거리에서 탈레반의 총탄세례를 받고 현장에서 숨졌다.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탈레반은 과거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여성인사들을 살해하겠다고도 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해 탈레반은 유화책을 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탈레반의 본색은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과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게 항복해버린 대가는 컸다. 당장 여성들의 인권침해 우려는 현실화됐다. 탈레반의 점령지에서는 샤리아법에 따라 여성들에게 외출 시 부르카 착용을 강제했다. 샤리아법은 14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이들의 모든 일상 생활을 좌지우지한다.
일례로 퇴근 후 동료와의 모임에 초대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하다면 샤리아 학자에게 조언을 구해 이슬람의 법적 틀 안에서 행동해야 한다. 이렇듯 샤리아법은 가족관계, 금융, 사업 등 모든 생활영역에 뿌리깊게 관여한다. 특히 여성은 인권이라 할 수도 없을 만큼 제약된다. 그럼에도 '미국의 20년 민주주의 이식기' 속에서 한 줌의 희망의 싹을 발견한다. 생명의 위협에도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거리 시위에 나서는 여성들의 사연이 알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