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포럼] 구글갑질 방지법, 중복규제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1102102369046001[1].jpg "[포럼] 구글갑질 방지법, 중복규제 아니다")
플랫폼과 상가건물의 다른 점은 '접근성'의 차이에 따른 독점효과다. 디지털마켓은 현실세계와 달리 손쉽게 국경을 넘어 상권을 형성할수 있다. 상권을 선점하거나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배적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특정 국가에 자회사를 전혀 세우지 않고도 원격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데이터를 모아 고객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애플 iOS에 탑재된 앱 마켓은 이런 특성을 백분 활용해 데이터와 수익을 끌어 모으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플랫폼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경제를 장악하자 EU가 개인정보보호(GDPR), 조세, 공정거래, 저작권 등 다양한 규제로 이들을 규제하고 나선 바 있다.
디지털경제가 모바일경제로 변환하면서 이러한 앱마켓은 폭발적인 성장 속에 앱개발자들에게 전 세계 앱마켓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혜택을 줬다. 그러나 이들 앱마켓은 '종속'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도 함께 끼치고 있다. 현실경제에서 대형상가가 입점상인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듯이, 디지털경제에서도 앱마켓 사업자의 행위 가운데 규제해야 할 것이 존재한다. 다만 그 규제가 자유무역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국내외 사업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산업성장을 저해하는 '막는 규제'(소위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여는 규제'(네거티브 규제)여야 함도 당연하다.
국내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는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의 결제시스템 강제가 문제가 된 이후, 정부와 국회는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여러 방안을 검토해왔다. 특히 이 문제를 어느 부처가 주관하는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구글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는데, 이 문제가 발목을 잡는 일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작년 9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공정위든 방통위든 일만 잘 하면 된다. 오히려 부처간 경쟁이 가능하다면 조금 더 조화롭고 바람직한 결론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마켓 사업자의 결제시스템 강제금지, 다른 앱마켓 등록 방해금지, 콘텐츠 제공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금지 조항 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실효적인 규제달성을 위해 앱마켓사업자에게 이용자 피해예방 및 권익 보호의무, 앱마켓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에 참여할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막는 규제라기 보다는 여는 규제이며, 운동경기의 규칙처럼 합리적인 이해충돌조정의 영역에 있다고 보인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앱마켓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인 것이라면, 어느 부처가 규제를 다룰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도 이용자보호를 위한 중요한 규제는 부처 사이에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제 중복행사를 하지 않으면 되므로, 역시 법집행에서 운용의 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이번 정부가 역점을 다해 추진해 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모두 가지면서도 수사권을 적절히 분배해 실제 법집행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시행하지 않았는가. 수사권 조정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공정위와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에 관한 한 서로 보완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일선에서 전기통신사업을 관장하는 방통위가 우선적으로 불공정행위 규제를 담당하고, 중대한 사안임에도 방통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공정위가 보충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두 부처 사이에 도입하는 것이지, 중복 규제가 아니다. 그 혜택은 국민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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