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친문 성향의 맘카페에서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82쿡에는 '요즘 집값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올라온 지 4일 만에 조회수가 7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지방에 거주한다는 작성자는 "처음 내 집 마련을 아파트가 아닌 빌라도 한 것에 후회가 된다"며 "서울이든 지방이든 아파트만 가지고 있음 올랐다는데 저지르지 못한 제가 원망스럽고, 친구들 거의 아파트 사는데 친구들 보는 것도 싫다. 제가 사려던 아파트 호가를 찾아보다 너무 급등해 화병 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에 누리꾼 A씨는 "직장에서 나 혼자 벼락거지 된 것 같다. 이번 상승장에 집값이 20억원, 30억원까지 올랐다는 직원들 때문에 더 우울하다. 그 무엇으로도 간극을 좁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안 잡고 뭐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또 다른 작성자는 "집값 잡을 능력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내려오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누리꾼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일부러 주거 사다리를 끊고 격차 벌려서 계급사회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대규모 공급 대책,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거래절벽'은 지속되고 있지만,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집값이 진정되지 않아 무주택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 0.20% 상승 이후 처음으로 0.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올해 6월부터 직접 나서서 집값이 고점 수준이라며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정부가 집값 고점 경고를 하기 직전인 올해 7월 마지막 주 107.6에서 지난주 107.9로 오히려 높아졌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겨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큰 만큼 정책 변화를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지지자들이나 무주택자들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때부터 계속 기다려봤지만 정부가 이렇다 할 집값 안정 성과를 계속 내지 못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후발 주자들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려고 하고 있고 주택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 공급에 역점을 두다 보니, 설득력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문 정부가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를 위한다며 펼쳤던 정책들이 부동산 양극화를 가속화시켜,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다 보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여권 대선 주자들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더 강화된 규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 정책의 실패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 완화나 시장 중심의 원리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