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자에다 코로나 충격까지…지하철 ‘노약자 무임승차’ 손 보나

서울교통공사 등 6개 지역 지하철 노조 단체행동 움직임
다음달 파업 찬반투표 앞두고 무임수송 비용 보전 요구
고령화로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비용 급증에 세대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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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적자에다 코로나 충격까지…지하철 ‘노약자 무임승차’ 손 보나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전국 도시 지하철이 누적된 적자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입급감으로 경영이 악화된 가운데 구조조정이냐, 누적 적자의 원인인 노약자 무임승차 규정 개선이냐를 두고 운영기관과 노조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의견충돌, 세대간 갈등까지 빚었던 노약자 무임승차 제도에 손질이 가해질 지 주목된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공사 측과, 구조조정 이전에 정부가 무임수송 비용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노조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4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공사 측의 구조조정 요구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비슷한 다른 지역 도시철도 노조도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힘을 보태면서 전국 단위 파업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다음 달 16∼19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5개 도시철도 노조와 함께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들 노조는 이달 2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했다. 6개 도시철도 노조가 쟁의행위 발생을 합동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노조들이 단체행동을 불사하는 것은 각 기관의 재정난이 모두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적자폭이 큰 것은 서울교통공사다. 누적된 적자에다 코로나19로 지하철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측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포함한 임금단체협상안을 두고 두 달째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사측이 전체 인력의 10%에 이르는 1539명 감축안과 임금동결을 제시한 가운데 노조는 근본적인 적자구조 개선 노력을 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방적인 자구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서울시의 요구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사가 인건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누적적자에다 코로나 충격까지…지하철 ‘노약자 무임승차’ 손 보나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 규모 추이 출처: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는 각각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2017년 출범한 이래 고질적인 적자를 겪어 왔다. 공사 측은 적자의 주원인으로 2015년 이래 6년째 동결된 지하철 요금과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노약자 무임수송 등을 꼽아왔다.

여기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운송 수입이 줄면서 적자는 1조1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적자가 더 커져 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인건비 절감 등 경영합리화 노력과 자구책을 주문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노약자 무임수송이 관련 법에 따른 공공서비스로 인한 것인 만큼 공사 측에 고통을 일방적으로 떠안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적자 해소를 위해 코레일(한국철도)처럼 정부가 손실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 이는 상황이 비슷한 다른 지역 5개 노조의 공통된 입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들 6개 지역 도시철도의 무임수송 손실 비용은 6230억원에 달했다. 현행 제도에서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따른 비용은 운영기관이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다. 반면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근거로 국가로부터 60%가량의 비용을 보전받는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4년 도입됐다. 2호선 개통에 맞춰 제도가 도입된 후 초기에는 비용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그동안 노선이 크게 늘어나고 만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서 비용이 눈덩이로 커졌다.

대표적 노인복지 정책으로 꼽히지만 세금으로 이를 떠받치는 청장년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된 무임승차 나이 기준을 높이거나, 나이와 함께 소득 기준을 적용하든지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불만이 세대간 갈등은 물론 지자체와 정부 간 신경전으로까지 이어져 왔다.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작년 11월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47.2%)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악화 요인으로 '무임승차 제도'를 꼽았다. 또 10명 중 7명은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 '폐지'(22.3%) 또는 '변경이 필요하다'(46.3%)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0%에 그쳤다. 정부가 무임승차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예산 부담과 노인들의 표를 의식해 공론화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6개 노조는 2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무임수송 비용 보전을 다시 한번 촉구할 예정이다. 또 찬반 투표 전까지 지역별로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등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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