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고평가 돼 있다."는 정부 입장이 이어지자, 시장 전문가들은 "바보야, 문제는 공급이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더 올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분위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쉽게도 정부는 지금까지 시장에 맞서 26번의 실패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2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내에서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 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집값 상승세 경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초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에서도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실질 가격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정책으로 곧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니, 지금 가격이 최고가라는 의미다. 즉 지금 집을 사면 '후회할 것'이라는 속내가 숨어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냉소적이다. 지금이 '최고점'일 수 있고 공급만 원활하게 이뤄지면 조만간 정점을 찍고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다. 하지만 조건이 분명하다. 바로 '공급이 원활할 때'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최근 내놓은 공급안은 입주까지 최소한 2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부지 선정도 하지 못한 곳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지금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라는 게 전문가들이 갖는 생각이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홍 부총리 등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잇따른 '부동산 최고점' 발언에 대해 '공포 마케팅' 또는 면책 사유를 만들기 위한 '출구 전략'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여당까지 발목을 잡아버린 부동산 '헛발질'의 면피꺼리를 찾으려는 현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보인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집값 안정화의 공을 홍 총리의 경고 덕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계속 상승 시그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대응할 마땅할 수단이 없고 궁극적으로 믿었던 주택 공급 확충마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로 무너졌다"며 "제도적 장치로는 시장 안정이 어려우니까 정부로써는 최후의 수단으로 심리전을 펼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수행하고 난 뒤 다음 정권에서 역대급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를 대비해 스스로 면책 사유를 확보하기 위한 흔적 남기기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만 놓고 보면 집값이 고점 상태이고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으로 의도가 순수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집값이 안정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조정국면은 다음 정권에서나 이뤄질 가능성을 점쳤다. 고 원장은 "대개 5∼7년 정도 집값이 오르면 4∼6년 정도 집값이 하락하는 사이클이 한국은행 통계에서 발견된다"며 "그런 걸로 보면 서울은 현재 8년째, 수도권은 7년째 집값이 오르고 있어서 집값이 최고점인지는 몰라도 고점 상태인 것은 진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이 잡히길 원한다면 그린벨트 해제나 역세권 노후 단독주택지를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미니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다든지 쉽고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288만호 되는데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면 연평균 전세 공급 물량 100만호의 절반을 넘어서는 유통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속적인 규제로 주택 투기 세력은 확실히 감소했고 특히 올해 들어 서울, 세종 등 집값 상승세가 컸던 지역들 위주로 거래량도 줄어 수요 억제의 방향성대로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때문에 일단 대기 상태인 경우가 많아 당분간은 거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호가로 매매되는 등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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