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천둥벌거숭이 탈레반, 중국을 찍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1602109969660001[1].jpg "[이규화의 지리각각] 천둥벌거숭이 탈레반, 중국을 찍다")
지난 12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왕이 외교부장이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을 시작으로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 3개국을 방문한다며 그의 발언을 전했다. 왕 부장은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의 의미에 대해 "미군과 나토(NATO) 군의 철수 이후 급변 정세에 대처하고 테러범과 분리주의자, 극단주의세력 등으로부터 지역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오는 8월 31일까지 모두 철수키로 하면서 중국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왕이 부장이 중앙아시아를 급거 방문한 것도 향후 이 지역 소요와 분쟁에 대비해 이들 국가들의 협력을 받아놓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 지역의 불안이 국경을 맞댄 자국 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로 파급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신장과 접경된 지역이어서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운동 세력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그 때문에 중국은 철통같이 국경을 폐쇄하고 있다.
중국의 더 큰 우려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게 될 탈레반이 신장 지역의 강경 독립운동 세력을 지원해 신장 지역에서 게릴라전이나 테러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그 가능성은 낮다. 탈레반은 오히려 중국에 자신들이 국가를 접수하면 재건사업에 참여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협약이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온 탈레반이고보면 믿을 게 못 된다. 더구나 탈레반과 위구르는 같은 이슬람 수니파다.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 무장세력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은 신장과 이웃한 이슬람 '스탄' 국가들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지지와 지원을 호소해왔다. 여기에는 물론 탈레반도 포함된다.
게다가 이슬람 율법은 핍박받는 이슬람 형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설파한다. 이슬람은 어느 종교보다도 연대감이 강하다. 알카에다의 성립이나 2001년 9·11 테러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이슬람 형제(팔레스타인 등)와 이슬람 세계를 공격한 '악의 제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중국이 신장에서 벌이고 있는 이슬람 위구르인들에 대한 수많은 인권 및 종교 탄압 사례는 정상적 이슬람교도들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BBC와 AP, 뉴욕타임스 등이 현지 탈출인이나 비밀 통신원들로부터 제보 받아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중국(엄밀히 말하면 중공, 즉 중국 공산당)은 이 지역 수백 곳에 수용소 시설을 짓고 위구르인들을 강제 수감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구르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인 강간과 집단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다. 2019년 11월 뉴욕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주석 시진핑이 2014년 신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분리 독립 운동에 대해 "절대 자비를 베풀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1998년 발칸반도 코소보 전쟁에서 알바니아계 이슬람 주민 1만 여명을 살해하고 주민 80여 만명을 고향에서 쫓아낸 이른바 '발칸의 도살'을 연상시킨다. 당시 전쟁을 주도한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1999년 구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 중 200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월 중국 공산당이 신장에서 벌이고 있는 '재교육' 명목의 수용소 운영과 인권 유린 사례를 '인종청소(genocide)'라고 규정한 바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달 초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주둔군의 허브역할을 했던 바그람 기지로부터 미군은 야반도주 하듯 조용히 철수했다. 이 사실은 철수 후 한참 지나서야 아프간 정부에 통보됐다. 아프간이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전역의 85%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31일까지 나머지 미군도 전부 철수시킨다는 계획임을 지난 8일(현지시각) 재확인했다. 아프간에서 힘의 공백이 벌어지자 곳곳에서 탈레반에 의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투항하는 비무장 정부군 22명을 탈레반이 무참하게 살해하는 영상이 CNN에 방송되기도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면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라 여성과 아동을 차별하고 가혹한 이슬람 형법을 도입하는 등 반인권 반문명 무단통치가 다시 실시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무장단체가 국경을 맞댄 신장에서 호시탐탐 '이슬람 형제'들과 내통한다면 신장지역의 불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해보기 위해 왕이 부장이 아프간 주변국을 방문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 천연자원 개발 투자를 하며 체류하던 200명의 자국민도 철수시켰다. 다른 한편으론 아프간 정부군의 대테러 군사시설 건설 지원에도 나설 참이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아프가니스탄에 깊숙이 개입했다가는 영국, 러시아, 미국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탈레반의 아프간 접수가 쉽게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對)중공 봉쇄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실익 없는 아프간에 더 이상 주둔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탈레반이 발흥하면 신장지역까지 영향을 미쳐 중공을 고달프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학관계로 인해 지정학자들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미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절묘한 한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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