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폐지 세미나
게임중독 못막고 수면권 무효과
"정책 실효성에 실질적 검증 필요"
문체부도 폐지에 찬성 분위기
연내 법안처리에 힘 더욱 실려
게임중독 못막고 수면권 무효과
"정책 실효성에 실질적 검증 필요"
문체부도 폐지에 찬성 분위기
연내 법안처리에 힘 더욱 실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강제적 셧다운제 정책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게임·e스포츠 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발제를 맡은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게임 이용 시간과 수면 시간, 과몰입 간에 의미 있는 상관성이 도출되지 않는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실질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장치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보호법 제26조 제1항으로 2011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가부는 심야시간대 게임 이용 시간을 줄여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동·청소년들은 수면부족의 이유의 1위로 숙제·인터넷강의·자율학습 등 과도한 공부(62.9%)를 꼽았다. 2위는 동영상·만화·블로그 등 인터넷 사이트 이용(49.8%), 3위는 학원 과외(43.1%), 4위는 채팅(42.7%) 순이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포함한 게임은 5위(36.6%)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규제 수단이라는 단순한 정책을 이용해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목표 아래 게임 이용 시간에 제한을 가했는데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했던 것인가"라며 "게임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규제 외에는 청소년 보호와 이들의 수면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추가적으로 어떻게 병행됐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이어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 확보와 건강한 성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있을 텐데 오히려 게임에 매몰된 논의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저해되고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 역시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 위주 교육시스템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라며 "입시 위주의 교육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혁되지 않는다면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게임 과몰입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고 기타 게임, 해외 게임으로의 규제 회피와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의 부작용만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셧다운제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기본권과 게임업체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16세 미만 입장에서는 △게임할 권리 침해 △인간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평등권 침해가,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부모 교육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10년 가까이 시행되면서 청소년과 학부모, 게임업체 모두 규제에 대한 저항감을 상실한 분위기지만 규제가 고착화돼 수범자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규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셧다운제는 도입 초기부터 게임산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번번이 논의가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19금 성인 게임이 될 위기에 처하며 셧다운제 폐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잇따라 관련 법안을 내놓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허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훈식·전용기·권인숙 의원도 각각 셧다운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셧다운제 폐지에 공감하거나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셧다운제는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과대 확대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입법 홍보를 했다. 실효성에 의문"이라며 셧다운제 폐지에 목소리를 보탰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셧다운제 폐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패널로 나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개인의 자율적 게임 이용에 국가가 강제적·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측면이 있고, 주요 게임 선진국에서는 없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며 "문체부는 규제 완화, 자율성 보장, 청소년 보호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셧다운제의 이중 규제 문제를 우려하며 '선택적 셧다운제'로의 일원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문체부의 선택적 셧다운제는 본인이나 부모가 요청할 경우에만 접속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박 과장은 "문체부가 실시 중인 '게임 제대로 이해하기 교육'을 받는 학생 비중이 현재 0.3%인데 이를 3%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예산 반영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사후관리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가 10년 동안 게임 산업을 옥죄어 왔다"며 "부모 자녀교육권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으로서 게임과 e스포츠 산업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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