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해방후 동포·실향민 모여 만들어
1990년대 니트산업 쇠퇴로 내리막
2015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선정
예능 촬영 등 핫플레이스로 부상
카페·음식점 등 현지인 직접 운영
칵테일바·와인바·갤러리도 갖춰
해방후 동포·실향민 모여 만들어
1990년대 니트산업 쇠퇴로 내리막
2015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선정
예능 촬영 등 핫플레이스로 부상
카페·음식점 등 현지인 직접 운영
칵테일바·와인바·갤러리도 갖춰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중·러·태국 등 다국적 문화 공존… "해외여행 못가는 아쉬움 달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0102100558063001[1].jpg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중·러·태국 등 다국적 문화 공존… \"해외여행 못가는 아쉬움 달래요\"")
신흥시장은 1960년대 초 판잣집을 허물고 시멘트 건물을 여러 채 지은 뒤 슬레이트 지붕을 이어붙여 만든 구조였다. 니트 산업이 호황이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을 내 시장이었지만, 1990년대 니트 산업이 쇠퇴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오래된 시장에 불과했던 신흥시장이 달라진 것은 서울시가 2015년 해방촌과 신흥시장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신흥시장의 슬레이트 지붕 대신 밤에도 환한 아치형(아케이드) 지붕을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아케이드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울챙'을 설치할 계획이다. 삼각형 블록모양의 신흥시장을 따라 타원형의 띠가 큰 우산처럼 덮는 지붕 구조체의 모습이다.
또 오래된 공중화장실과 시장 도로는 깨끗하게 바꾸고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미관을 개선할 예정이다.
배수·소방시설도 정비하고 CCTV를 새로 설치하며 이벤트 및 휴식공간도 조성하기로 했다.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은 당초 2019년 12월 착공했지만, 공사과정에서 아케이드 기둥 위치를 변경해달라는 일부 상인 의견에 따라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후 서울시는 약 8개월에 걸쳐 수차례 간담회와 설명회를 통해 주민·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3월 재착공에 들어갔다.
걷기 불편했던 낙후된 보행로의 환경은 새롭게 개선·정비했다.
좁고 어두워 위험했던 골목길에는 범죄 예방을 위해 보안등과 CCTV가 설치됐다. '서울가꿈주택' 등 서울시 집수리 지원을 받아 4년간 127개 주택도 리모델링했다.
서울시는 해방촌 도시재생의 핵심인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이 완료되면 주민과 상인들의 생활불편을 크게 해소하는 동시에, 신흥시장이 해방촌의 경제·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해 다시 한 번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신흥시장은 각종 공방과 카페 등이 모여들고 인기 드라마·예능 촬영지로 등장하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해방촌 도시재생의 마지막 단계인 신흥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노후한 시장 시설과 어두운 경관을 개선할 것"이라며 "오래됐지만 불편하지 않은 지역의 명소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류 실장은 "이번 새 단장을 통해 해방촌과 신흥시장이 경제적·문화적 거점으로 새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신흥시장은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해방촌, 경리단길, 이태원, 소월길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상권이 위축되면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즐길 수 있는 비대면 축제가 열렸다. 재래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많은 인원이 한 자리에서 축제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신흥시장 곳곳 작은 공간에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스크린을 설치했다. 시장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 후 QR 코드로 자기가 편한 곳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신흥시장 입구 터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각 가게들의 화려한 네온사인, 홍콩의 거리에 온듯한 인테리어로 빈티지한 감성을 더한다. 신흥시장은 배우 소지섭이 등장하는 카메라 브랜드의 CF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오래된 건물의 인테리어를 카페로 활용한 곳들도 있다. '오랑오랑'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판매한다. 러시아 디저트 카페로 유명한 '니르코브'는 러시아 현지인이 직접 운영한다. 러시아 꿀케이크와 각종 밀크티, 홍차, 티백등을 맛볼 수 있어 마치 여행 온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오리올 케이크', '타자기' 등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신흥시장 내 가게에선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다. 10% 구매 할인율을 제공해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은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상인은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도 힘이 되고, 소비자 입장에선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서로 '윈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음식으로 해외여행 아쉬움 달랜다= 신흥시장에서는 다국적 문화를 자랑하는 지역 특색에 맞춰 태국음식점, 러시아 디저트 가게, 중식요리 등을 맛볼 수 있고 젊은이들이 찾는 칵테일바와 와인바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 공방, 디자인 스튜디오, 갤러리 등도 입점해 볼거리를 더한다.
신흥시장의 요리 주점엔 특별함이 있다. 이태원 옆이라는 지리적 조건답게 신흥시장에서는 다양한 다국적 요리를 만날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팟카파우'는 태국 현지인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요리 대결 TV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파우피싯 셰프는 신흥시장에서 카오팟, 팟타이, 팟씨유 등 정통 태국 요리를 선보인다. 입소문이 나 꽤 긴 시간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유명해진 '팟카파우'는 신흥시장의 자랑이다.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유명해진 'H5NG'은 사장님의 이름을 따 만든 퓨전 중식요리 주점이다. 바 형태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량주나 중국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유 꽃빵, 새우 춘권과 같은 간단한 안주부터 상해식 마늘 가리비찜, 칠리 새우, 몽골리안 비프와 같은 퓨전 중식 요리까지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외국 음식을 현지에서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신흥시장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길바닥(GIL BAR DAK)'은 칵테일 바(bar)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신흥시장에서 꽤 오랜시간 운영해와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길바닥은 '테일'이라는 강아지가 트레이드 마크다. 오픈형 창문 테이블에 서서 지나가는 손님들의 애정을 듬뿍 받기도 하고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반긴다.
길바닥은 각종 맥주, 위스키, 보드카, 와인 등을 판매한다. 메뉴판에 없는 칵테일도 주문할 수 있다.
원하는 주종과 맛, 느낌, 컬러 등을 말하면 사장님이 즉석에서 새로운 칵테일을 제조한다. 길바닥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신흥시장은 칵테일바 외에도 와인바 '서울앤쏘울', 호프집 '돈키돈키', 해산물 주점 '시장회집'등 다양한 요리 주점을 보유하고 있다.
민트색 인테리어의 와인바 '서울앤쏘울'은 다양한 와인과 세계 가정식을 판매한다. 스위스식 감자전, 프랑스식 비프 그라탕, 스페인식감바스 알 아히요가 대표 메뉴다. 와인잔을 비우다 보면 사장님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세계 가정식을 표방하는 만큼 '여행'과 관련된 퀴즈가 진행되는데, 매달 다른 지역에 관한 문제가 나와 방문 할 때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등에게는 와인 한 병이 주어진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중·러·태국 등 다국적 문화 공존… "해외여행 못가는 아쉬움 달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0102100558063001[2].jpg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중·러·태국 등 다국적 문화 공존… \"해외여행 못가는 아쉬움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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