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호 국민대 겸임교수·아이디이노랩 대표
![[포럼] 빅데이터 틈새전략, 초개인화](http://contents.dt.co.kr/images/202106/2021062402102369073001[1].jpg "[포럼] 빅데이터 틈새전략, 초개인화")
하지만 이와 같은 '초개인화'를 중소기업에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정답은 '현재는 적용이 불가능하고,고객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수집하고 가공하면 가능할 것이다' 이다. 결국,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전략은 고객 데이터가 없거나 미비한 대다수 중소기업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뉴딜' 정책도 중소기업들이 대형 공공서비스나 대기업 등에서 만들어 놓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라고 하는 것이다. 창업기업, 벤처기업,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의 관점에서 빅데이터 전략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럼, 고객 데이터가 없는 중소기업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고객데이터를 양(quantity)이 아닌, 질(quality)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초개인화'의 핵심은 고객의 전체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상황과 맥락에 대한 파악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였고, 만족하였냐가에 대한 전통적인 고객관리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왜, 우리 제품을 구매하려 하는 지, 어떻게 구매하였는지, 구매한 후의 행동과 감정은 어떠 하였는지를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차원에서 해석하라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고객의 구매 이전과 구매 이후의 데이터들은 개인정보보호와 기술적 적용, 시간, 비용 등의 문제들로 접근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식은 인류학자들이 다른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연구방법을 의미하는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에 기반하여 고객의 경험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정성(qualitative)적 경험데이터 수집 방식인 에스노그라피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자연스러운 실제 환경에서 주로 실시한다. 때문에 적은 표본으로도 고객이 직면한 본질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맥락적 관계 해석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Ethnography'는 그리스어 '사람들(ethnos)'과 '기록(grapho)'을 조합한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사회과학 연구방법에서 사람의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행태를 파악하는 기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에어비앤비', '배달의 민족' 같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회사들의 성공 원인으로 '고객경험' 전략을 꼽는다.
이와 같은 신생기업들이 고객의 빅데이터가 없었는데 어떻게 정확한 고객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는가? 그들이 사용한 고객데이터는 일반적인 빅데이터처럼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는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한 질적으로 우수한 소수 고객의 경험데이터라는 것이다. 고가의 장비나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수의 고객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량은 작지만 양질의 데이터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 에스노그라피 방식의 경험데이터 수집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하여도 데이터의 수집 과정에 대한 과학적 절차의 미흡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수집과정의 오류와 편견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 관련 데이터 수집에 대한 올바른 측정 도구 이용의 타당성 확보와 측정대상을 정확하게 선정하여 타당성 있는 측정 도구와 방법을 사용했는지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SAP의 최고경영자(CEO) 제니퍼 모건은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직원들은 회사를 떠난다"고 하였다.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경험 데이터'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어 가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막연한 빅데이터에 대한 환상으로 고객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직접 고객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 안에서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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