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편집국장
![[박선호 칼럼] 누가 민초를 춤추게 할 것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106/2021062102102269058001[1].jpg "[박선호 칼럼] 누가 민초를 춤추게 할 것인가")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우린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가.' 현 정권의 공과 과를 평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시기에 꼭 필요한 질문이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선거로 보여줘야 한다. 이미 대권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주요 대권 후보들의 캠프가 꾸려졌고 그 캠프를 중심으로 정치권도 소용돌이 치고 있다. '축록전'(逐鹿戰;사슴사냥, 대권다툼)의 출발선에 선 사냥개들의 숨소리도 갈수록 거칠어진다.
우리 민초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실망'이 선택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현 정부의 지난 4년에 대한 평가는 그리 단순하진 않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하지만 너무 분명한 실패들이 공을 덮고 있다.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를 강행했지만 서민 일자리만 사라졌고 자영업자들의 삶만 벼랑 끝으로 몰렸다. 오죽했으면 코로나19 사태가 정권엔 다행일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왔을까. 코로나19 덕에 '정책 실패'가 가려졌다는 것이다.
내치도 그렇지만 외교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북한을 상수로 놓고 나머지 모두를 종속변수로 놓으면서 북의 안색만 살피는 꼴이 됐다. "얻은 것은 북한이란 상전이요, 잃은 것은 동맹"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정책 실패의 원인 역시 복잡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상과 이념만 좇고 현실 속 부작용을 무시한 탓이 크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는 굳이 좋게 보면 너무 깊게 고민을 한 탓이다 싶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보여주듯, 현 정권의 정책 입안자들은 국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정치는 현실이다. 동양 고전에는 '무엇이 좋은 정치인가'에 대해 아주 간단하고 실용적인 답이 있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의 구현이다. 고복격양은 배부른 백성들이 자신의 배와 땅을 두드리고 박자에 맞춰 노래를 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좋은 정치란 백성이 걱정없이 즐거워 노래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중국 24사 중 하나인 수서(隨書) 유림전(儒林傳)에 나온다. "상고시대 음악이 없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이후 당대 "고복격양을 하는 이는 임금의 힘을 알지 못한다"는 문장이 나와 상고 태평성세에 백성들이 배부르고 즐거워 임금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고사가 됐다.
주목해야 할 것이 좋은 정치를 판단을 하는 관점이다. 정치의 좋고 나쁨은 간단히 백성에 달려 있다고 고사는 말한다. 철저히 민초의 입장이다. 세상을 구하는 이념도, 그 이념을 실천하는 구도자도, 성인도 없다.
"좋은 정치란 백성이 즐거운 것이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정치 방정식이 고사에 담겨있다. 매순간이 즐거운 삶, 사실 요즘의 '욜로'와 다를 것이 없다. 민초들의 매일이 행복하면 좋은 정치인 것이다. 거기에는 굳이 대통령이 무엇을 잘했는지 알 필요도, 어떤 정책이 좋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어떤 철학이 좋은지, 어떤 이념이 좋은지는 더더욱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다양성의 시대라는 요즘 고복격양의 치세가 쉬운 게 아니다. 서로 상충되는 오만 가지 요구를 다 맞춰주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인정한다고 해도 한 가지는 상고 이래 변화가 없다. 고복격양의 구현은 통치자 스스로가 얼마나 훌륭한 이념을 펼쳤는지가 아니라 민초들이 스스로 노래와 춤으로 평가를 해야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민초를 춤추게 하는 이, 그가 바로 좋은 대통령인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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