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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문적문` 또 공략한 尹… 이젠 `발광체`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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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문적문` 또 공략한 尹… 이젠 `발광체` 입증해야
지난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을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행사 참석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권 등판을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메시지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꼬집는 이른바 '문적문(문재인의 적은 문재인)' 메시지가 재등장한 게 눈에 띈다. 이런 코드는 전임 정권을 겨눈 '적폐 수사'의 공로로 파격 인사를 거듭하며 검찰 조직의 수장까지 올랐다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당부한 그 권력으로부터 내몰린 윤 전 총장의 갈등사(史)와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 격을 하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총장의 (지난 3월 직 사퇴 당시 강조한) 워딩이 '공정'과 '상식'"이라며 "이런 게 사실 가장 잘 표현돼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 중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목을 들면서 "그런데 국민이 지난 4년간 목도한 건 정권의 위선과 무능, 내로남불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이 심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결국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은 문 대통령의 과거 메시지로 지금의 문 대통령에게 '되치기'를 한 것이다.

이 씨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즉시 입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윤 전 총장의 생각을 대변인으로서는 '압도적인 정권교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내년 대선에서 보수와 중도, 이탈한 진보세력까지 아울러 승리해야 한다"는 구상을 전했다. 그는 이튿날(17일) JTBC 방송 출연분에서도 "윤 전 총장은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한다"며 "이게 우리 국민이 바라는 원하는 시대정신"이라고 못 박았다. 연일 '공정'과 '상식'에 더해 '자유민주주의'를 세력 규합의 코드로 함께 내걸기도 했다.

우선 '압도적인 정권교체'라는 표현이 일종의 기시감을 자아냈는데, 이 씨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가까운 용례(用例)가 있었다. 지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과 함께 시작된 조기 대선 레이스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가 경선 토론 중 내 건 선거구호였다. 이때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다수 의석이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이뤄졌다. 국민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며 "압도적인 경선승리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 전 총장은 같은 구호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 대상으로 규정하게 됐다.

한편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최근 대미(對美) 외교 과정을 제외한다면 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용례를 찾기가 어려워 한층 주목된다. 지난달 18일 5·18 기념 메시지로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당시 '계엄군' 탄압을 강조하며 '촛불·평화·인권·민주주의' 의미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반면 이때 윤 전 총장은 언론에 "5·18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며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의 인권정신"이라며, 미얀마 사태는 물론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까지 상기 시켰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퇴임 입장문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임 중 '조국 사태'를 거친 직후인 2019년 12월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선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언급하면서도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권과 결을 달리했다.

최근 들어 △'바른 검찰 만들기'에서 더 나아간 '나라 만들기' 다짐 △천안함 피격 생존장병을 직접 찾아가 내놓은 "보훈이 곧 국방"이라는 '안보' 메시지 △연세대 김대중(DJ) 도서관 방문으로 띄운 '통합' 메시지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와 집행으로 국민들이 스스로 기획하는 삶을 돕겠다는 '공정 메시지' 등으로 대권 등판 기대를 모으기에 앞서, 그가 '자유민주주의'로 오랜 기간 칼을 갈았다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대권후보로 정식 등판하기까지 남은 과제는 그가 반문(反문재인) 정서에 기댄 '반사체 효과'를 보고 있을 뿐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킬 만한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여론조사상 다자대결로 35%를 넘나드는 차기 대권 지지율을 "국민들의 여망이 반영돼 있는 부분"이라며 '반사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지율 돌풍을 제1야당 당권 쟁취로 먼저 현실화한 '이준석 현상'에 '윤석열 현상'을 빗대며 "586(50대·86학번 운동권 세대)중심이 된 기존의 정치세력들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에서 출발한 점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곧 '발광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메시지가 현재까지 해 온 안티·되치기 성격에 그친다면 빛을 잃고 '진흙탕'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측이 '6월말~7월초'로 예고한 대권 도전 선언이 스스로 표방한 "압도적인, 큰, 태산같은" 정치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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