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뜨거워지는 ‘초거대 AI’ 경쟁…‘AI 특이점’ 앞당기나

입력: 2021-06-10 21:19 안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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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흐름으로 볼 때 향후 5년 내에 AI(인공지능)가 인간을 추월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작년 7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경고다. 오는 2025년 정도면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그동안의 예측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도달하고 초지능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머스크는 AI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초거대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어, 머스크의 예측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학습해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 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다.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규모와 성능, 효율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 AI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스케일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기업들의 구상이다.

◇슈퍼컴퓨팅 인프라로 딥러닝 효율 '점프'

기업들은 초거대 AI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부터 반도체·배터리 소재·공정 개발, 물류·도시 운영 최적화까지 고도의 다차원 방정식 해법을 찾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 등의 후원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오픈AI가 작년 내놓은 'GPT-3'의 등장으로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입증된 것이 이들의 투자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중·일을 비롯한 기업들은 올해 들어 초거대 AI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전략적 협업과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딥러닝 효율을 크게 높여주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분석·학습·판단은 물론 기사 작성, 창작, 코딩 등 광범위한 작업을 인간의 뇌처럼 완성도 높게 수행할 수 있다. 종합적·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에 버금가는 AI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바둑에만 특화됐다면, 초거대 AI는 활용 범위가 넓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부터 인간의 삶, 도시 운영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경애의 온테크]뜨거워지는 ‘초거대 AI’ 경쟁…‘AI 특이점’ 앞당기나

GPT-3의 이전 모델인 GPT-2에 절반의 이미지만 제공하고 나머지를 채우도록 한 이미지 <출처:오픈AI 블로그>

◇1년만에 성능 100배 높인 GPT-3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거대 AI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 성능을 크게 높이는 것이 필수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 간 정보전달 통로인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해, 파라미터 수가 많아질수록 AI 성능이 높아진다.

인간 뇌 속 시냅스 수는 100조 개에 달하는 반면 2019년까지 구글·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AI는 수억 개 정도였다. 그러나 GPT-3에서 비약적 발전이 일어났다. GPT-3는 파라미터를 1750억 개로 늘렸다.

2018년 나온 GPT-1이 1억1700만 개, 2019년 공개한 GPT-2가 모델의 크기에 따라 약 1억2400만 개에서 15억 개였던 것에서 스케일이 달라진 것. GPT-3의 파라미터는 GPT-2의 100배 규모로 커졌다. 인간의 시냅스 100조 개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빠르게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GPT-3가 이 같은 성능을 토대로 기존 AI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한다. AI 학습을 위해 미리 정답을 알려주는 레이블링 작업과, 적용 분야가 달라지면 추가 학습을 시켜야 하는 기존 AI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초거대 AI는 학습방식의 대변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AI가 하지 못했던 종합적인 추론과 의사결정까지 하는 경지로 발전할 전망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의 대화 내용 <출처:네이버>

◇네이버·SKT·KT·LG "GPT-3 뛰어넘겠다"

초거대 AI의 잠재력에 주목한 국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25일 개최한 '네이버 AI 나우' 행사에서 세계 최대 한국어 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많은 2040억 개 파라미터 규모로 개발됐으며, 자연어 데이터 학습량은 GPT-3의 6500배 이상이다. GPT-3가 영어 중심으로 학습한 반면 하이퍼클로바는 학습 데이터의 97%가 한국어로 된 한국형 AI다.

대규모 파라미터를 통해 학습함으로써 맥락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인 사고를 하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는 포털을 운영하며 쌓아온 대규모 데이터 처리능력을 하이퍼클로바에 녹여 넣었다. 5600억 개 말뭉치(토큰:token)의 한국어 대용량 데이터를 구축하고, 700페타플롭스(PF,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성능)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쇼핑·지도 등 10개 이상의 네이버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하는 데 이어 궁극적으로 AI를 '모두의 능력'으로 만드는 도구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검색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결과 <출처:네이버>

SK텔레콤은 작년 한국어 학습 오픈소스 모델 'KoGPT-2'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5월 'KoGPT-2 2.0 버전'을 공개했다. 지난 4월에는 국립국어원과 국어에 적합한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문학·역사·시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범용언어모델(GLM) 개발이 목표다. 또한 카카오와 인프라·데이터·언어모델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15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자연어처리 AI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KT는 음성인식 AI '기가지니'를 GPT-3를 뛰어넘는 초거대 AI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초거대 AI 개발을 목표로, 하반기 중 KAIST와 공동 AI연구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초거대 AI용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연구성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올 하반기까지 6000억 개 파라미터, 내년 상반기까지 1조 개 이상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초에 9경5700조 번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 등에 3년 간 1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소재 발굴, 소프트웨어 코딩, 논문 분석, 학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디자인 시안 제작 등 광범위한 산업현장에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지난 5월 17일 'AI 토크 콘서트'에서 초거대 AI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LG 제공

◇미·중, 초거대 AI에서도 주도권 전쟁

반도체, 통신 등 전 산업군에서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초거대 AI에서도 미래를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 행사에서 대화형 AI 언어모델 '람다(LaMDA)'를 공개했다. 람다는 사람의 대화 방식을 이해하고 정답이 없는 질문에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미리 정의된 정답을 학습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구글은 내부에서 람다를 사용하는 데 이어 머잖아 외부에도 개방해 공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대규모 자연어 처리모델 '판구-알파(PanGu-α)' 관련 논문을 지난 5월 아카이브(arXiv)에 게재했다. 판구-알파는 1.1테라바이트(TB) 분량의 중국어 전자책, 백과사전, 뉴스, 소셜미디어 게시글, 웹페이지에서 추출한 언어를 학습했다. 2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추고, 까다로운 중국어의 텍스트 요약, 질문·답변 등 다양한 대화 생성 성능을 갖췄다.

구글 람다의 대화내용 <출처:구글>

◇GPT-4, AGI '판도라 상자' 여나

초거대 AI는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멀티모달 AI뿐 아니라 추론 능력까지 갖추는 데 이어 상식기반 추론 등 AGI(범용AI)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GI 구현은 AI가 가져올 수 있는 궁극적 미래가 눈앞에서 현실화됨을 의미한다.

다크호스로 주목되는 것은 GPT-3의 다음 버전인 GPT-4다. AI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GPT-3에 대한 찬사와 우려가 분분한 가운데, 아직 나오지 않은 GPT-4 관련 논의도 시작됐다.

MIT AI연구원 렉스 프리드맨(Lex Fridman) 박사는 "인간의 뇌 수준인 약 100조개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이 GPT-4로 정의됐다. 2032년 이전에 500만 달러 수준의 학습비용으로 GPT-3의 1000배 수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을 기준으로 GPT-4의 학습비용이 약 26억6000만 달러(약 3조860억원)에 달하지만 컴퓨팅 기술과 AI 기술 발달에 힘입어 비용이 급감할 것이라는 것. 한편으로는 인간 뇌와 AI의 작동 방식이 똑같지 않고, GPT-4를 수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컴퓨팅 인프라 부족으로 비용과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AGI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 꿈꾼 것만큼 쉽사리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GPT-4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초거대 AI가 여는 미래는 훨씬 작은 데이터로 학습하고 종합적인 이해와 추론능력을 갖추면서, 인간의 업무와 일을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어시스턴트'에서 한 단계 발전해 특정 영역을 분담하는 '파트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특이점을 뛰어넘더라도 인간의 우군이자 조력자로 역할을 하도록 관계설정과 기술설계를 잘 하는 것이 숙제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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