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이성영 렉스소프트 CTO
초등학생때 SW 개발 입문… 'SW마에스트로'서 가능성 키워
첫 개발 통계분석 SW '렉스' 순천향대병원 등 5곳에서 사용
"임상연구자·보건소 등에서 인기… 제조기업 도입 문의 많아"
초등학생때 SW 개발 입문… 'SW마에스트로'서 가능성 키워
첫 개발 통계분석 SW '렉스' 순천향대병원 등 5곳에서 사용
"임상연구자·보건소 등에서 인기… 제조기업 도입 문의 많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최고급 SW 인재양성 사업인 'SW마에스트로'가 SW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1000여 명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110개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이들중 매출 100억 이상 기업이 4개에 달하고, 최근 3년간 매출과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가젤형 기업도 10곳에 달한다. 과기정통부는 SW 개발자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창업자금과 사업 운영자금 지원, 기술경영 멘토링 등 창업지원을 강화했다. SW마에스트로 사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도전 하고 있는 SW명장들을 만나 창업 도전기를 싣는다."의료현장의 수요에 딱 맞는 국산 통계분석 SW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 개인의 오믹스 데이터를 이용해 질병 진단과 예측까지 가능한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공원 내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영 렉스소프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SW와 데이터의 힘은 다양한 산업현장과 생활에 융합해 이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1987년생인 이 CTO는 어린 시절부터 SW를 갖고 놀고 프로그래밍을 즐겼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가 사준 PC로 초등학교 때 GW베이직을 공부한 게 시작이었다. 중학생 때 PHP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SW 개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에서는 특별활동으로 미디어부를 선택해 홈페이지 구축 등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숭실대 미디어학과에 입학해 컴퓨터공학과 미학을 연결하는 미디어아트를 공부하던 그는 더 다양한 융합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0년 SW마에스트로 1기에 도전했다.이 CTO는 "SW에 열정이 있는 비슷한 사람들과 좋은 환경의 센터에서 만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면서 "산업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멘토들에게는 전문지식을, 같이 도전하는 멘티들에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겪는 실무적인 어려움에 대한 조언을 동시에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던 3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로그래밍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터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집체교육, 친목시간, 멘토링, 전문가 특강 등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 CTO는 증권, 은행 등에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인메모리 DB(데이터베이스) 개발에 도전했다.
그는 "각자가 개인별 프로젝트를 하며 단계별로 서바이벌 하는 방식이었지만 경쟁이라기보단 즐거운 경험이었다"면서 "SW 개발과정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공통분모와 겪기 쉬운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 부분을 배운 게 특히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실제 창업 후 SW 개발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W마에스트로 수료 후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해 생물정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선배이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원성호 씨와 통계분석 SW '렉스'(Rex)를 개발하고, 2018년 6월 렉스소프트를 설립했다. 대표는 원성호 씨가 맡았다.
렉스는 엑셀 기반의 R 연동 임상데이터 분석SW로, 현업 통계전문가들이 감수한 80여 개의 통계분석 모듈을 제공한다. 무료 버전을 써본 연구자들은 엑셀파일을 이용해 손쉽게 환자 데이터 등을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회사는 실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병원, 이화여대병원 등에서 렉스를 이용한 통계분석 워크숍을 진행했다. 2019년 순천향대병원이 처음으로 유료 사용을 시작해 첫 매출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명지병원, 보훈병원 등 5개 대형병원이 쓰고 있다.
이 CTO는 "렉스는 다양한 통계분석을 표준화된 방법으로 수행하는 내부 기술을 패키징화한 것"이라면서 "임상연구자, 보건소 등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데 최근에는 제조기업들도 공정관리, 품질관리 등에 도입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렉스를 이용해 환자에 대한 치료나 처치에 대한 평가, 일반통계 등 지금까지 총 117만건의 통계분석을 처리했다. 회사는 렉스 공급과 함께 데이터분석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3개 영역이 선순환 고리를 이루며 성장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
회사는 지난해에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로부터 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올해 2월 KDB산업은행 '넥스트원 2기', 3월 SW고성장클럽 사업에 선정됐다. 지난해 SW마에스트로 수료생 출신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지속성장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사업자금과 세무·회계 등 전문가 멘토링도 도움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 회사는 10명 규모로 조직이 커졌으며, 후속 투자유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CTO는 "렉스를 경험해본 연구자들이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세미나 요청부터 한다. 무료 버전을 지속적으로 배포해 이용자 저변을 넓힌 것이 매출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렉스를 더 많은 현장에 적용하는 동시에, 데이터 기술과 오믹스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들이 자신의 건강관리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는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질병진단·예측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수만명에서 수십만명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기술과 프로세스를 녹여낸 파이프라인에 대한 특허출원도 진행 중이다.
이 CTO는 "지금까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내부적으로 칼을 잘 가는 단계였다면 이제 여기저기 휘두르려 한다. 특히 환자 개개인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의료·건강정보 통계분석 기반을 잘 만들고 그 위에서 개인이 유전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자신의 여러 데이터를 관리하고, 여기서 나아가 감염병 등 질병 진단과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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