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놓고 국회서 벌어진 `덤앤더머` 코미디[한기호의 정치박박]

문정복 의원 장관후보자에게 극존칭 "당신"
자기한테 한 말로 착각한 류호정 의원 '버럭'
한국어 모르는 의원들이 현 21대 국회 수준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당신` 놓고 국회서 벌어진 `덤앤더머` 코미디[한기호의 정치박박]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정복 의원(오른쪽)과 류호정 의원(왼쪽)이 서로 상대방을 보며 따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본의회장에서 '당신'이란 말을 놓고 벌어진 의원들간 언쟁은 한 편의 코미디다. 마치 짐 캐리 주연의 1994년 영화 '덤앤더머'를 연상시킨다. 좀 모자라는 두 친구가 오해와 우연이 겹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였다.

사건의 발단은 13일 김부겸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생겼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영국에서 도자기를 들여와 판매한 데 대해 "외교 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문정복(시흥시 갑)의원은 같은 당 홍기원 의원과 함께 배 원내대표에게로 가서 "외교행낭을 이용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배 의원이 그렇다면 왜 사퇴한 것이냐고 반문하자 문 의원은 "당신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까봐"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때 바로 옆에 있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당신'이란 말을 듣고 "당신?"이라고 문 의원에게 반문하자 문 의원이 "야, 어디라고 감히…"라고 했다. 류 의원은 지지 않고 '우리당이 만만하냐' '국민의힘에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여기와 뭐하는 거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문 의원은 '당신'은 제3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박 후보자를 가리키는 것인데, 요즘 세대에서는 잘 안 쓰여서 류 의원이 오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류 의원이 '당신'이란 용어의 쓰임을 몰라 일어난 것이므로 사과할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류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당신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다"며 "그 뒤 꼰대질을 해명해야 한다. '당신'이 누군지는 알 길이 없다"라고 썼다.

정의당도 '당신'이란 말에서 "문 의원이 '어디서 감히'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공격의 포커스를 옮겼다. 정의당은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민의를 대표하는 한 명의 의원으로서 류 의원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당의 감정 싸움은 15일에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류 의원이 말싸움을 걸어왔다는 입장이지만, 정의당은 문 의원의 태도가 불손했다고 계속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전하는 기사의 댓글에서 국민들은 '저질' '부적격 언사' '시정잡배' 등이란 단어를 동원해 비판하고 있다. 우선 문정복 의원이 박준영 후보자를 지칭하며 한 '당신'은 전혀 가당치 않은 언어선택이라는 것이다. 문 의원 말대로 제3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쓸 수는 있지만, 이는 극존칭으로서 화자(話者)보다 높은 존재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사적으로 문 의원과 박 후보자간 어떤 상하관계인지는 몰라도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자, 그것도 국민의 지탄을 받는 후보자를 지칭하며 극존칭 '당신'을 써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결국 문 의원 지역구 주민과 나아가 국민을 낮추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류 의원도 항의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설마 류 의원이 '당신'이 3인칭 극존칭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말을 인지했다면 응당 상기 열거한 이유로 '어떻게 국회의원이 문제 많은 장관 후보자에게 그런 극존칭을 쓸 수 있느냐'고 따졌어야 했다.

아무튼 이것이 현 대한민국 국회의 한 단편이다. 국회의원 되기 전에 한국어 공부부터 제대로 하라는 충언을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