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 이야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2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 이야기")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홍익희 지음 / 행성B잎새 펴냄
보석의 역사는 곧 유대인의 근대사이기도 하다. 이슬람 세력을 쫓아내고 스페인을 통일한 이사벨 여왕은 1492년 유대인 추방령을 내렸다. 명분은 종교문제였지만 속셈은 유대인 재산의 몰수였다. 떠나는 유대인에게 재산 처분은 허용했으나 화폐, 금, 은은 갖고나갈수 없었다. 발각되면 사형이었다. 결국 가장 값나가는 물건은 보석 뿐이었다. 당시 보석은 지금처럼 귀한 것이 아니었다. 보석은 왕족이나 귀족, 성직자들의 왕관이나 검, 예복을 장식하는 데 쓰였을 뿐이었다.
유대인들은 담보대출을 해줄때 저당으로 보석류를 많이 잡았다. 유대인들은 황급히 보석만 챙겨 플랑드르 지방으로 몰려갔다. 지금의 벨기에 북부 지역이다. 플랑드르는 종교의 자유가 있어 영국에서 추방당한 동족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유대인은 그 곳에서 보석 유통업을 일으켰다. 앤트워프와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대 보석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후 다이아몬드 등 보석은 최고의 재화로 등극했다. 유대인들이 보석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셈이다.
이 책은 세계사를 뒤흔든 상품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세계사적 의미가 큰 다섯 가지 상품을 골랐다. 보석을 비롯해 소금, 모피, 석유, 향신료이다. 모든 문명 발상지의 공통점은 소금이었다. 소금을 구하기 쉬웠던 곳에서 문명이 탄생했다. 모피는 시베리아 개발과 북아메리카 서부 개척의 동력이었다. 시베리아에 들어가서 담비를 잡으면 큰 돈을 벌수 있었다. 근대의 시작에는 향신료가 있었다. 역사를 바꾼 대항해는 향신료인 후추로 촉발된 것이었다. 석유를 빼놓고는 근현대사의 명암을 논할 수 없다. 석유로 인해 세상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석유 때문에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했고 지금도 석유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상품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그 사실을 간과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세상을 뒤흔든 다섯 가지 상품을 골라 세계 역사와 경제, 인류의 삶을 통찰한다.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각 상품에 대한 이야기와 경제적 의미를 흥미롭게 전해준다. 특히 본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저자의 조언들은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매우 소중한 목소리라 할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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