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격하게 반대하고 있는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민주당이 '변화'라는 결론에 도달할지 '강경노선'을 유지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원래 6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후보자 4인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안 후보자의 보고서만 채택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정도의 중대한 흠결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임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서 "논문 표절 문제도 본인이 해명했고, 부동산 다운계약서는 금전상의 이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출장에 자녀를 동반한 것은 부적절했지만 본인이 사과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결정적 흠결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 임 후보자를 비롯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두자 한발 물러서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밀수 의혹, 노 후보자는 세종 아파트 시세차익 등이 도마에 올랐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여야 협상도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과방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어 임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대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민주당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일 끝난 이후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정의당까지 장관 후보자들에게 '부적격' 낙제점을 준 터라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을 강행하기는 부담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청문 정국에서만큼은 민주당이 야당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줄곧 독주를 멈추지 않은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약속했던 변화와 쇄신을 보여줄 기회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사회를 양분화하고, 개혁을 지체시켰던 시발점은 인사 갈등이었다"면서 "민주당이 과거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교훈을 찾아서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희망이 더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번 인사청문 정국을 촉발한 책임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인사검증 부실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들의 흠결을 걸러내지 못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인사수석실 교체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며 "지명철회 등을 택한다면 대통령이나 여당에 타격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임명 강행으로 '여당이 바뀌지 않았다'는 불신을 주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가장 원만한 해결은 후보자의 자진사퇴일 것이고, 두번째는 청와대 스스로 지명철회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너무 가볍게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인지상정 차원에서 이해 범위를 넘어가는 일들을 용납하면 안된다"면서 "예를 들어 임 후보자의 경우 제자의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도 아닌 배우자의 이름을 올린 것은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 할 노 후보자가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봤다는 점에서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재검증해봐야 한다"고 일침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