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방향 올바로 설정해야…2030이 겪는 좌절과 고통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 그런 문제”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분노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해야. 2030이라고 다 같은 처지가 아니거든. 그 중엔 조민도 있고, 구의역 김군도 있고. 안정된 일자리 부족, 집값과 전세값 상승, 계층사다리의 소멸 등 2030이 겪는 좌절과 고통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 그런 문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여성들은 그 보편적 문제에 더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덤으로 안아야 하고. 코로나 피해도 여성들이 더 크게 입었다고 하잖아"라며 "거기에 성폭력과 스토킹 등 남자라면 별 걱정 없는 것에까지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그 사실에 대한 인정과 이해에서 출발하여 남녀가 합심하여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향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야 풀릴 일"이라며 "그리고 정치인의 과제는 젊은 세대의 정치적 요구에 진지하게 응하여 대안과 대책을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 남녀 갈라쳐서 선동이나 하고 '코인 사라'를 대책이라 내놓는 정치인들은 2030의 좌절과 분노까지 착취하는 저질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트럼프가 미국인을 갈라쳐서 이주민들을 적대했지만 그것으로 백인 하층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던가? 흑인들이 아시아인을 공격한다고 그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까?"라며 "그 짓을 한다고 '순종 아메리칸'으로 대접받으며 백인 주류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그 짓을 왜 해? 여성주의자 공격한다고 이대남 처지가 조금이라고 좋아지니?"라고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에 올바른 표현과 방향을 주어, 그것을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canalize 하는 게 우리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며 "솔직히 2030세대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은 온 사회가 합심하여 들러붙어도 온전히 해결하기는 힘든 과제. 하지만 우리가 노력을 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지"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진 전 교수는 "그렇게 창출된 일자리에서는 남녀가 동등하게 5:5로 참여하고, 나중에 그들이 전문관리직이 되었을 때에도 그 성비가 유지되게 최대한 노력하는 것. 그게 올바른 방향이겠지"라며 "공적 부문에서는 가산점이나 할당제라도 할 수 있지만, 사기업에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 그럼에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평등에 나서도록 정책적으로 유인하는 노력이 있어야겠지"라고 썼다.
끝으로 그는 "이게 옳은 방향이라는 거 다들 알잖아. 그래서 선진국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잖아. 그러니 그렇게 하면 돼"라며 "손가락 사인 하나에 바들바들 떨면서, 스스로 비참하다는 생각은 안 드니? 왜 그렇게 살려고 하니? 내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 처절한 어리석음에 솔직히 속으로는 눈물이 난다"고 글을 끝맺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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