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례처럼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상표를 누군가가 먼저 상표등록을 받았다 하더라도 상표 사용이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27일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법은 특정 요건을 갖춰 상표를 사용하는 선의의 선사용자를 보호하는 '선사용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상표가 등록되기 이전부터 부정경쟁 목적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면 기존에 계속 쓰고 있던 상표나 상호 사용을 모두 금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려면 해당 분야(수요자, 거래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어야 한다. 상호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사용권자는 등록된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상호를 소정의 요건에 맞춰 사용하면 다른 사람의 등록상표와 유사하더라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선사용권은 분쟁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표권자가 다른 사람의 상표사용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상표 사용금지청구권 등을 통해 즉시 제재할 수 있기 수단이 있어 분쟁 초기 선사용권을 주장하더라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사용권이 인정돼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까지 금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먼저 상표를 출원한 후 상표권을 취득해야 다른 사람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목성호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내가 쓰던 상표를 다른 사람이 등록받은 경우, 소정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분쟁 시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며 "사업 시작단계부터 상표등록을 통해 불필요한 상표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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