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관련
美 행정부 '반도체 CEO 서밋'
삼성, 車반도체는 주력 어려워
업계 "총수급 전략 결정 필요"
美 행정부 '반도체 CEO 서밋'
삼성, 車반도체는 주력 어려워
업계 "총수급 전략 결정 필요"
1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13일 새벽(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화상 CEO(최고경영자) 서밋에 바이든 대통령도 '잠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 서밋을 주재한다.
이 서밋에는 삼성전자를 비롯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 업체, 인텔과 마이크론, TSMC 등 반도체 업체, 그리고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 등 IT업체, 델과 HP 등 IT(정보기술) 제조업체 등 12명 이상의 CEO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서밋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조225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강조하며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미국 경제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 반도체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한 바 있으며 이날 서밋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은 미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맷 블런트 회장의 발언 등을 인용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대한 연방 지원의 최소 25% 이상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라인에 들어가야 한다는 제안 등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친환경차 시장의 벨류체인 강화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 중재에 적극 개입한 만큼, 이번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 강력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등으로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긴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진출하기 쉽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인텔과 세계 반도체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4위에 불과하다.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파운드리 역시 차량용의 경우 성능보다 안정성이 중요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라 주로 8인치 웨이퍼와 미세공정 수준도 높지 않아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12인치 웨이퍼·10나노 미만대 공정과는 맞지 않다.
수익성 면에서도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보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차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당장 친환경차 시장을 살려야 하는 미국 정부가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를 배제할 리는 없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현재 구속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이번 서밋에 화상으로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차량용 반도체에 맞춘 파운드리 추가 증설을 할 지 여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을 검토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추가 증설을 위해 현재 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을 비롯해 3~4개의 지역 주정부와 인센티브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연방정부 차원의 압박이 더해질 경우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시장과의 관계나 미래 성장성을 고려한 투자를 단행하려면 CEO 차원이 아닌 총수급에서의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지만 실적 역시 고려사항인 만큼 이 부회장의 공백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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