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래차 시대 대응을 위해 기존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시장보다 고성능 반도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2일 산업동향보고서에서 "미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MCU 중심에서 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CU 기반의 분산처리형 전자제어장치는 자동차 1대당 40여개가 탑재된다. 연구원은 앞으로 5~6년간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이 가속화되며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가 1대당 3여개 채택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 반도체가 AP와 같은 범용 통합칩으로 대체되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인항공기(PAV) 등 신규 모빌리티에 적용될 경우 규모의 경제도 달성 가능하다고 연구원은 예측했다.
인텔의 경우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을, 엔비디아는 영상처리 GPU,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용 AP를 개발 중이다.
현재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산업은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저수익이 낮은 편이다. 차량용 반도체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작년 4분기 매출 중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까다로운 사용 조건으로 개발부터 양산까지 10년 내외가 소요된다.
또 다른 반도체 대비 기능 안전, 신뢰성, 고객사 요구 등으로 네델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 미국 마이크로칩 등 일부 기업에 편중돼 있다. 이에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MCU 등 주요품목의 국내 공급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연구원은 견고한 글로벌 강자들이 자리 잡은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진입보다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롭게 조성될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회 모색 필요가 있다는 주장했다.
다만 차량용 AP는 생명과 연관돼 엄격한 안정성 검증과 오랜 개발·테스트 기간이 소요되고, 10년이 넘는 사용주기에 대한 관리·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지형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근본적 원인인 낮은 수익성·공급망 편중이라는 산업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성능반도체 시장은 미래차 분야 기술 형성 단계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와 반도체업체의 협력을 통해 AI·보안·데이터 등의 시장 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