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에도 `아동학대` 심각… 맹자가 운다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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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3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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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에도 `아동학대` 심각… 맹자가 운다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최근 경북 구미에서 숨진채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 여아의 친어머니가 DNA 검사 결과, 아이의 외할머니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잇따라 드러나는 엽기적인 영유아·아동 살해사건들은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孟子)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이 정말로 잘못됐다'고 인정할 만큼 상상하지도 못할 참혹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대신문을 찾아보면 이런 일들이 100년 전에도 심심찮게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추악한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륜이 탄로날까봐 자신이 낳은 영아를 살해한 과부의 이야기가 1935년 10월 22일자 매일신보에 나온다. '영아 압살한 과부의 판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이다. "강원도 금화군 금성면 방충리 195번지 이응도(李應道)의 방에 거주하던 행랑어멈 신석(申錫·25)은 대정 14년(1925년) 12월에 남편과 사별한 후 금성면 어천리 543번지에 두 어린 아이를 데리고 과부로서 생활을 지탱해 나가던 중, 작년 음력 8월경부터 동네 김복길(金福吉·21)과 정분이 나서 마침내 임신하게 되었던 터인데, 분만기가 가까워 오는 듯하니까 세간의 눈짓이 보기 부끄럽다는 생각에 9월 3일 오전 1시경 동네 보안림(保安林)에 나가 여아를 낳자 곧 눌러 죽여 그곳에 안장하였다. 이 사건은 21일 경성지방법원에서 그 정상을 동정하여 2년 징역의 판결 언도가 있었다고 한다."

첩에 눈이 멀어 자신의 친아들을 죽여버리는 사건도 일어났다. 1921년 2월 17일자 매일신보에는 '처첩(妻妾)의 쟁투(爭鬪)로 인하여 실자(實子; 친아들)를 참살(慘殺)한 범인'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임상삼(林相三·34)의 첩 최월산(崔月山)은 1월 24일에 임상삼의 처 김월산(金월山·38)과 빨래 빠는 것으로 말다툼이 생겼는데, 그 곁에 있던 임상삼이는 매우 분개하여, 본처 김월산을 구타한 후 이혼하자고 핍박하였으나, 그 날은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있었음으로 무사하였는데, 그 이튿날 25일 김월산이가 임상삼과 동거하는 동안에 출생한 임대자(林大者)라고 하는 2살 된 아이를 껴안고 있었는데, 임상삼은 이것을 보고 오늘날까지 함께 살아온 것은 대자라는 아이가 있는 까닭이라 하고, 젖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를 빼앗아서 두 다리를 들어서 방바닥에 매쳐서 무참하게 죽게 만들었다. (중략) 죽은 아이의 시체는 자기 집 마당 앞에 쌓여있는 진개(塵芥; 쓰레기) 속에 은닉하고 도망하였으나 결국 당국의 손에 체포되었더라."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前에도 `아동학대` 심각… 맹자가 운다
자기 자식을 죽인 기사가 나왔으니 첩이 낳은 아이를 죽인 기사야 쉽게 찾을 수 있다. 1921년 10월 11일자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띈다.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면 읍내리 이경석(李慶錫)이라는 35세 된 여자는, 장룡운(場龍雲)이란 자의 아내인데, 장룡운은 수 년 전에 정춘단(鄭春丹)이라는 첩을 얻어 동거해, 항상 피차간 씨앗싸움이 그치지 아니하던 중, 금년 4월 1일에 저녁밥을 짓다가 서로 말다툼이 되어 어우러져서 싸우는 것을 이웃사람들이 뜯어 말렸는데, 그날 저녁에 정춘단이가 욕을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히 여겨 그 방으로 뛰어 쫓아 들어가니까 (중략) 분한 김에 정춘단이가 낳은 아들 세 살 먹은 해원(海源)이라는 어린아이의 머리를 몹시 때려 사흘 만에 죽었으므로, 공주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에 처한 것을 불복하고 경성복심법원에 공소하였다더라."

1920년 4월 1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전실(前室)의 유애(遺愛, 전처가 남긴 딸)에게 양잿물을 먹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경기도 고양군 중면 산황리 이장복(李長福)의 처 김광순은, 몇 해 전에 갓 낳은 어린 자식을 데리고 이장복에게로 개가(改嫁)해 왔는데, 그때 두 살 먹은 전실(前室)의 딸 달성이가 있었는데, 그 후 살아갈수록 데리고 들어온 자식과 전실 딸이 싸워서 그로 인하여 가정에 항상 풍파가 일어나던 바, 김광순은 달성이를 죽이고자 작년 10월 13일밤 저녁밥에 양잿물을 섞어 먹이려 하였으나, 그 아이가 먹지는 아니하고 입안이 부르터서 그만 발각이 되어 살인미수죄로 경성지방 법원에서 징역 1년 ○개월의 선고를 받았다더라."

어린 여자아이에게 금수 같은 죄를 저지른 사건도 100여년전 지면에 실려있다. 1909년 7월 7일자 그리스도신문에 '심어돈견(甚於豚犬; 개, 돼지보다 심함)의 만종(蠻種; 야만적 인종)'이란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세상에 수욕(獸慾; 짐승 같은 음란한 성적 욕망)이 많은 만종(蠻種)은 일인(日人)에 비할 자 없다더니, 충남 금산군 금면 하동에서 석수질을 하는 일본인 대산중칠이라 하는 자는 그 동네 구성삼씨의 여섯 살 먹은 여자애가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겁간(劫姦)함에, 그 아이의 고통스런 소리에 동네 사람이 들어가 본 즉, 아이는 수욕(獸慾)을 당하고 (중략) 일본인은 도망한 지라, 그 부모와 동네사람이 그 아이를 안고 다니며 일인(日人)을 수색하여 대구경찰서에 압부(押付; 압송하여 넘김)하고 여아(女兒)는 병원에서 치료하는 중이라더라."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며 성선설을, 순자(筍子)는 악하다며 성악설(性惡說)을 각각 주장했다. 악(惡)이라는 글자를 파자해 보면, 버금 아(亞)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악(惡)은 악하다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두 번째 마음인 아심(亞心)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아심은 남보다 많이 갖고, 남보다 더 편하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그런 아심을 교육과 법을 통해 첫 번 째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첫번째 마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천심(天心)이다. 법과 교육에 의해 아심을 억제하면서 천심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얘기일 이다. 100년쯤 흐른 후 신문을 보며 사람들이 말하기를 "100년 전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아동학대가 있었네. 말도 안돼!"하면서 혀를 차는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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