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 될 경우 한국전력 계열 발전 자회사들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7조원 이상의 탄소세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발전 자회사들의 손실은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전기요금인상 → 기업부담 증가→경기악화'의 연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는 탄소세 인상이 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 역시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경우 세부담에 전기료 인상까지 더해진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 시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2~6위가 모두 한국전력 계열 발전 자회사들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산화탄소 환산 톤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탄소세율을 분석했는데, 가장 낮은 시나리오인 톤당 10달러로 산출해도 같은 해 연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탄소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한국남동발전의 경우 이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같은 해 영업이익(1250억원)의 5배가 넘는 6408억원의 탄소세를 내야 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영업이익의 3배 이상, 한국남부발전은 2배 이상이고,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 역시 영업이익의 5배 안팎의 탄소세가 산출된다.
전경련 측은 "주요 발전에너지 공기업·자회사(7개사)가 부담해야 하는 탄소세만 7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 정유·화학 업계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탄소세로 내야하는 처지다. 포스코의 경우 최고 세율 시나리오(톤당 50달러)를 적용하면 무려 4조8889억원을 탄소세로 내야 하는데, 이는 같은 해 영업이익(3조8689억원)보다 1조원 가랑 더 많다.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3313억원)의 4배에 가까운 1조3347억원의 탄소세를 내야 한다.
에쓰오일과 LG화학, GS칼텍스, SK에너지 등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서 2배까지 탄소세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들이 아직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만약 연내 탄소세가 시행됐을 경우 소위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탄소세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