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美中 `체제경쟁` 돌입… 韓이 가야할 길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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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美中 `체제경쟁` 돌입… 韓이 가야할 길
박영서 논설위원

미중이 1979년 수교한 이래, 미국의 대(對)중 정책은 적극적인 '관여'였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발전을 하면 서구식 민주주의를 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공화당, 민주당 불문하고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관여정책'을 펼쳤다. 중국을 세계경제에 참여시켰고 경제협력 관계를 진전시켰다. 중국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미국은 중국 정치가 민주화되어 자유주의적 체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40여년이 지나고 보니 미국의 관여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미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시민 중심의 자유롭고 열린 질서로 수렴되지 못했다. 중국의 진로는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이 결정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국가로 급부상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무역전쟁의 막이 올랐다. 트럼프 정권은 기존의 관여정책을 전환해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대립구도를 들고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중 갈등은 안보, 첨단기술, 인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인권문제에 있어선 트럼프 정권때보다 훨씬 강경하다.

이런 기조는 3월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외교협의에서 잘 드러났다. 시작부터 양측은 서로를 비난했다. 미국은 신장위구르·홍콩·대만 문제를 들고 나왔다. 중국측은 "중국에는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으니 내정간섭 하지마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미국은 흑인 학살의 역사가 있다"고 반박했다.

3월 25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체제 경쟁'을 보다 선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탄압 등을 지적한 다음, 미중 대립을 '민주주의의 유용성이 권위주의 체제와 싸우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는 "내가 보는 앞에서 중국이 최강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한국과 일본을 첫 방문국으로 삼은 것은 동맹 중시의 표시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부상하는 2위 국가를 죽이는 데 이력이 난 나라다. 70년대 소련이 부상하자 좌초시켰고 80년대 일본이 떠오르자 무역전쟁·환율전쟁을 벌여 침몰시켰다. 그런데 이번 상대는 만만치가 않다. 중국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올해 7월 공산당 창당 100년 주년 행사가, 내년 10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 연장이 걸려있는 20차 당대회가 있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이를 보면 앞으로의 미중은 '관여의 시대'로 회귀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2개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협력적 경쟁관계다. 양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놓고서는 타협하지 않고 격렬하게 경쟁할 것이다. 다만 기후변화, 테러 대응, 전염병 등 공통 이익의 분야에선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관측이다.

또 하나는 신냉전으로 간다는 것이다. 신냉전에 돌입하면 세계 경제는 미·중을 중심으로 두 개의 블록으로 분열될 것이다. 미중 간 무역, 투자, 기술, 인재, 정보 등의 흐름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면서 양국 간 경제관계의 디커플링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 결과 세계무역과 직접투자, 나아가 세계경제는 정체의 길을 걸을 것이다.

어느 관측이 맞을 지는 불분명하지만 미중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이란 것은 분명하다. 미중 대결이 격화할수록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에선 심각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 미국, 중국과 거래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고민과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물론 냉전식 진영 논리가 전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좀 더 창의적인 생각들이 필요하다. 미국편, 중국편 아닌 사안별 협력 방식을 통해 혼돈의 시대를 통과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싶다. 이를 위해선 지금 미중 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층적 전략을 하루빨리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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